국내외 증시 추락·환율 요동
美 연준發 쇼크… 환율 15년 만에 1450원 돌파
美 연준 “인하 횟수 4회서 2회 이하로 의견”
환율 1451.9원 마감… 금융위기 이후 최고
원재료 수입업체·해외 유학생 등 부담 가중
코스피·코스닥 동반 하락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한다는 소식에 이날 원·달러 환율은 16.4원 오른 1451.9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감했다. 환율 급등 등 여파로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5% 하락한 2435.93, 코스닥은 1.89% 하락한 684.36으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4343억원, 504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도 199억원, 1139억원을 순매도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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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상승한 1453.0원으로 출발해 1450원 아래에서 움직이다가 1451.9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쳤다. 장중 환율이 1450원을 웃돈 것은 2009년 3월16일 장중 최고 1488.0원을 기록한 뒤 1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때 14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으나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일시적으로 1446원을 돌파했다. 이후 1430원 후반에 머물며 계속해서 1440원을 위협했지만 2022년 10월25일 레고 사태 때 기록한 고점(1444.2)원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 연준이 이날 새벽 매파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전문가들이 올해 고점으로 전망한 1450.0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미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25∼4.50%로 종전 대비 0.25%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충격파를 안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조정의 ‘폭’(extent)과 ‘시기’(timing)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美 ‘속도조절’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를 4.25∼4.50%로 종전 대비 0.25%포인트 인하한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워싱턴=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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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점도표상 내년 정책금리 전망 중앙값이 지난 9월 회의보다 2회 축소(4회→ 2회)된 것만으로 매파적인데 심지어 박빙(close call)이 아닌 대다수(14명)가 2회 이하 인하로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선을 웃돌며 2022년 11월11일(108.44)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1420∼1430원 이하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미국 다우지수가 10일 연속 하락하고 있는데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계속되고 트럼프발 충격이나 돌출 변수가 나온다면 환율은 지금보다 20원 정도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금리 인하를 멈추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달러 강세 기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당초 내년 평균 환율을 1370원으로 봤는데 FOMC 충격으로 평균 15원 정도 더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8.50포인트(1.95%) 내린 2435.93, 코스닥은 13.21포인트(1.89%) 내린 684.36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000억원 가까운 순매수세로 7거래일 만에 ‘사자’로 전환한 외국인은 하루 만에 다시 4000억원이 넘는 매도세를 보였다. 전날까지 16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로 코스피를 떠받치던 기관마저 이날은 5000억원 넘는 순매도세를 보이는 증시 수급이 급격히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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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기업·소상공인 수익성 악화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포스코를 포함한 국내 주요 철강사는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달러로 다시 원재료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고환율 위기에 버티고는 있지만, 중국산 철강의 글로벌 저가 공습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중장기적인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한 해 10억배럴가량의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결제를 달러로 하기 때문에 환차손 위험이 커진다. 통상 정유사들은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로 보는데, 올 3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3.6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 악화로 올 3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합산 영업손실은 1조4592억원에 달했다. 가뜩이나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환율마저 1500원을 돌파하면 정유사들의 손실은 급속도로 커지게 된다.
韓 경제당국 수장들 ‘심각’ 이른바 ‘F4’라 불리는 경제당국 수장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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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도 달러 환율 강세로 그동안 추진한 투자가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기준 달러 부채 6조8284억원, 유로 부채는 2조661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갚아야 할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환율이 10% 상승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환차손으로 인해 세전 이익이 2389억원 감소하고, 같은 조건 유로는 2322억원의 세전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삼성SDI도 지난해 기준 달러 부채가 4조4312억원, 유로 부채가 648억원에 달한다. 이는 달러당 1306원, 유로당 1412원의 평균 환율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올해 부채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소상공인들도 고통을 호소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장모(45)씨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주재료 연어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씨는 “연어 원물 수입단가가 상반기의 1.2배 수준으로 올랐는데, 설상가상으로 환율까지 급등해 지난 한 주만 8%정도 가격이 더 뛰었다”며 “연어덮밥이 주력인데 연말 수요가 몰릴 시즌에 연어 메뉴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잡화류를 수입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개인사업자 이모(34)씨는 “성탄절 선물용으로 지난달 발주한 물건의 대금을 이제 지급해야 하는데, 환율 때문에 500만원이 그냥 날아갈 판”이라고 토로했다.
◆해외 유학생·체류자도 ‘비명’
한편 외환 당국(한국은행·기획재정부)은 이달 말로 만료되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FX Swap)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하고, 한도도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환 헤지 비율을 최대 10%로 상향하는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김범수·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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