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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前국회의장 4인의 고언 ”한일관계 방치 백해무익” “우리도 용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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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정 김형오 정의화 문희상, 한미저널과 서면 인터뷰.... 남북국회회담에 “결실 쉽지 않아…남북관계 개선 기대 ‘순진’”

조선일보

전직 국회 의장들. 왼쪽부터 임채정, 정의화, 김형오,문희상 전 의장. /연합뉴스


전직 국회의장들이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희상(제20대 국회 후반기), 임채정(17대 후반기), 김형오(18대 전반기), 정의화(19대 후반기) 등 전직 국회의장 4인은 17일 발간한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전후 최악’의 평가를 받는 현 한일 관계에 대해 각자 견해를 밝혔다.

최근 예상치 못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건강 악화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새 총리로 선출되자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 연말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신임 일본 총리의 첫 정상 회담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직 국회의장들이 한일 갈등 해법에 대해 조언을 내놓은 것이다.

문희상 전 의장은 “한일관계가 방치되는 것은 양국에 백해무익하다. 양국 지도자 모두 무책임한 것이고, 양국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당장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해법은 뜻밖에 간단할 수 있다”며 의장 재직 시절 본인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제안했던 ‘문희상 안’을 언급했다. 문 전 의장은 이 안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을 재차 확인하고, 양국 정상 재합의 선언을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식민지 청산은 피해 국민에 대한 가해국의 사실인정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치·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약한 고리를 이용해 식민지 지배를 호도하려는 일본의 태도는 더 용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일본이 과거 우리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으나, 우리도 70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용서하고 화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역지사지의 자세로 일본을 이해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나은 국가가 돼야 한다. 그것이 일본에 대한 아름다운 복수”라고 강조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한일관계에 불협화음이 지속할수록 외교, 안보, 경제, 산업, 과학, 기술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가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며 “뒤틀린 한일관계의 답은 결자해지”라고 했다. 양국 지도자가 책임을 지고 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김 전 의장은 “우리가 피해를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정치권은) 알량한 반일감정을 부추겨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도 이성과 냉정을 찾아 정치권에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 국회의장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한민국 국회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남북국회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문 전 의장은 “현실적으로 남북 정부 당국 간 대화가 선행하지 않으면 (남북국회회담에서) 어떤 결실도 얻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의장도 “국회 회담으로 남북관계를 풀 전기를 마련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하다”며 “오히려 남북 정상회담이 잘 풀리면 그 후속 조치로 국회 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 전 의장은 “현재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며 “기회가 오면 예비회담을 갖도록 국회가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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