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본인 변호할 때만 여성의 '자발성' 강조"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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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공범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 자신과 피해자들을 싸잡아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여성단체에서는 '책임 회피'라고 비판에 나섰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일 '상식 밖 일탈 행동이 아니라 조직적 성착취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악취가 진동하는 조주빈의 궤변은 피해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며 본질을 호도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성착취에 유입시키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치밀하게 설계했으면서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 '상식' 운운하며 말을 치장한다"고 했다.
조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조성필) 심리로 열린 공범 한모(27)씨의 속행 공판에서 "성착취물을 브랜드화 하려고 했다"며 범행 목적과 수법을 거리낌 없이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자면, (이 사건에서는)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으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재판부를 향해 '충고'를 하기도 했다.
공대위는 이같은 조씨의 발언에 "스스로를 변호할 때만 '여성의 자발성'을 찾는 가해자들의 비열한, 한결같은, 전형적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을 잘 알려지지 않은 하위문화로 규정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가담한 일탈적 성행동으로 왜곡하고자 하는 시도"라고도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오만한 가해자의 허무맹랑한 가르침은 필요 없다"며 "언론은 가해자의 궤변에 마이크를 들이밀지 말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해결은 오직 여성 착취가 돈이 될 수 없다는 본질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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