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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벼랑끝 자영업자들의 절규 “작은 가게부터 줄도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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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먹자골목 상인 “매출 3분의2 이상 줄어 두집 건너 한집은 폐업중”

서초구 고깃집 운영 사장 “임금 챙기느라 임대료 두달 밀려”

임대료 제한 등 전향적 지원책 필요


한겨레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31일 낮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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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에서 ‘준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극한상황에 내몰렸다. ‘8일간의 배수진’이라지만 이미 막다른 길에 이른 자영업자들에게선 “작은 가게부터 줄도산할 것”이라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임대료 제한, 세금 유예 등의 지원 대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라면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먹자골목’의 상인들은 텔레비전 뉴스만 보고 있었다. 별관을 둔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최아무개(49)씨는 거리두기 효과를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가 50년 넘은 골목인데 폭삭 망했어요. 어제 업주들이 모였는데 다들 3분의 2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합디다.” 최씨는 “일주일만 한다지만 소상공인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지금도 두 집 건너 한 집은 폐업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직원 김아무개(39)씨도 “어제 손님이 없어서 쉬었는데 오늘도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 영업 개시를 하지 못했다”며 혀를 찼다.

매출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앞서 정부가 나서 ‘착한 임대인 운동’을 권장해 일부 시장 등에서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지만 이미 ‘약발’이 떨어진 상태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하는 유아무개(66)씨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유행하던 지난 3~5월엔 임대료를 삭감받았지만 지금은 원상복귀됐다”며 “적자가 지속돼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ㄱ씨는 “직원들을 자를 수도 없어 임금을 챙기느라 두달치 임대료가 밀려 있다. 주변엔 임대료를 더 올린 곳도 있다고 한다”며 “다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건물주가 깎아준 임대료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착한 임대인 지원책은 지난 6월까지 제한적으로 운영돼 추가적인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물주의 임대료 유지·상승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공회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임대인만 꾸준히 수익을 유지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 여권이 최저임금 문제에서 강경하게 나갔듯 건물주들이 임대료 감액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릴 권리가 있듯 임차인 역시 ‘차임증감청구권’에 의해 상황이 어려울 경우 법적으로 임대료 감액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권리가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돕고, 각 지자체도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자영업자에게 긴급 현금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은 단기적으론 세금 유예, 공과금 면제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최아무개씨는 “재난지원금 30만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상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세금이다. 면제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6개월이라도 유예해주면 숨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식당을 하는 정아무개(50)씨는 “세금을 좀 줄여주거나, 한시적으로 전기·가스요금을 낮춰서 공과금 부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윤경 강재구 전광준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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