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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아이폰 수리 때마다 이통사가 4만원 부담…공개된 애플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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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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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갑질'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아온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금을 내놓겠다고 밝힌 24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그간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 단말기 광고비용과 무상 수리비용 등을 부담시킨 행위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보고 심사해왔다. 2020.8.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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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코리아(이하 애플)가 국내 이동통신사에 어떤 갑질을 했는지 종전 알려진 것보다 상세한 내용이 공개됐다. 해당 갑질과 관련 애플은 정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으면서 자진시정안을 제안했는데, 수년간 갑질을 당해온 이동통신 업계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수리 1대당 4만원 이통사 부담...통보만으로 ‘이유 없어도 계약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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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2020.8.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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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5일부터 애플의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애플은 이통사 대상 갑질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다가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했다. 동의의결은 기업의 법 위반 여부를 가리지 않고 자진시정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해 애플이 제안한 자진시정안(잠정 동의의결안)을 외부에 공개했는데, 여기에 애플의 갑질 혐의가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우선, 소비자가 보증기간 내에 아이폰 등을 수리받을 때 애플은 이통사로부터 1대당 4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보증수리 촉진 비용’ 명목으로 수리비를 떠넘긴 것이다. 이통사들은 분기별로 이를 계산해 애플에 지급했다.

애플은 ‘어떤 사유로든 또는 아무런 사유 없이도’ 60일 전 서면통지만으로 이통사와 계약을 끊을 수 있었다. 반면 이통사는 ‘지급불능 상태’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계약 해지가 가능했다.

애플은 이통사에 요금제별 또는 특정 요금액에 비례해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을 ‘최소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애플이 동의할 경우 이통사는 설정된 최소보조금보다 적게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이 경우 차액을 ‘사업발전기금’으로 적립해야 했다. 결국 이통사가 지출하는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통사는 적립된 사업발전기금을 애플이 승인하는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연말에 남은 금액이 있다면 △애플이 직접 사용하거나 △이듬해 사업발전기금으로 적립하거나 △애플이 전액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방위적 광고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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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2020.8.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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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자사가 제작·집행하는 광고(아이폰 등 단말기)에 드는 비용을 이통사로부터 받았다. 이른바 ‘광고기금’을 조성해 이통사에게 광고비를 떠넘긴 것이다. 애플은 분기마다 이통사에 광고기금 지급을 요구하는 청구서·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애플은 아이폰 제조, 영업활동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통사(계열사 포함)가 보유한 특허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이통사는 애플의 특허권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애플은 이통사가 애플 단말기 광고를 자체 제작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해 매년 일정 금액을 ‘이통사 광고기금’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이통사가 직접 돈을 들여 자체 제작하는 광고지만 애플은 광고 제작, 기금 집행 시 ‘파트너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통제했다. 이통사가 애플 내부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면, 애플이 심의해 허가·취소·거부를 결정했다.


이통사, 자진시정안 만족할까

애플은 잠정 동의의결안을 통해 앞으로는 일부 제품을 광고기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전체가 아닌 일부 제품만 적용한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된다. 이통사가 광고를 자체 제작하기 위한 '이통사 광고기금'에 대해서도 ‘일부에 대해’ 이통사에 자율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최소보조금은 없애지 않고 이통사 요금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한다.

다만 애플은 보증수리 촉진 비용은 아예 없애기로 해 이통사는 ‘1대당 4만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이와 함께 총 1000억원을 투입, 중소기업·소비자와 상생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제조업 R&D 지원센터 설립 △공교육 분야 디지털 교육 지원 △유상수리 비용 및 애플케어플러스(AppleCare+) 할인 등으로 구성됐다.

애플이 제시한 자진시정안이 이통사 입장에서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 공정위에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10월 3일까지 잠정 동의의결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 최종 동의의결안은 의견수렴 절차가 종료된 후 공정위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애플 사건은 잠정 동의의결안의 일부 수정·보완을 거쳐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최종 심의가 남아있는 만큼 이통사·소비자가 크게 반발할 경우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을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공정위는 다시 사건 처리 절차에 돌입, 애플 제재 여부를 가리게 된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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