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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오늘의 미디어 시장

LG유플러스 AR글래스 청사진, 현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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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점·공식대리점 등 방문해보니…'관심 밖' 신세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100인치 대화면으로 최적의 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것”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 소비자용 AR(증강현실)글래스임을 강조하며 U+리얼글래스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찬밥’ 신세인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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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안경을 쓰는 것 만으로도 눈앞에 최대 100인치의 대형 화면을 내 손으로 조작ㆍ감상할 수 있는 기기가 지난 21일 정식 출시했다. U+리얼글래스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경험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지난 주말 사이 기대를 품고 LG유플러스 매장을 방문했다.

“설치는 됐는데, 아직 사용법 공지는 못 받아서…”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의 중심지에 위치한 직영점을 찾았다. 직영점은 이동통신사가 직접 점포를 경영 관리하는 매장이다. 매장 안엔 U+리얼글래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직원에게 시연 가능 여부를 묻자 안내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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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를 집어 들고 (매장내)어떤 핸드폰과 연결해야하는지 물었다. 직원은 기자의 핸드폰 기종을 물었고 갤럭시S20이라고 답하자 연결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U+리얼글래스는 아직 갤럭시노트20만 연동 가능하다. 의아해하며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연결해 봤지만 역시 정상적으로 구동되지 않았다.

직원이 돌아간 사이 진열되어 있는 갤럭시노트20으로 시연해봤다. 나름 최신 기기를 잘 다룰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첫 소비자용 AR글래스다보니 조작이 쉽지 않았다. 글로 쓰인 사용법이 몇 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기본적인 화면 드래그조차 애를 먹어 이번엔 다른 직원에게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은 자신이 없어 보이는 얼굴로 다가와 기기를 착용하고 이리 저리 조작했다. 그러기를 약 1분. 처음 사용해본 눈치였다. 기기에 씌워져 있던 가리개조차 기자가 언급하고서야 존재를 알아챘다. 직원은 “2일 전 본사에서 설치만 해놓고 갔는데 사용법에 대해서는 공지를 받지 못했다”면서 “다음에 오시기 전에는 (사용법을)공부해놓겠다”고 말했다.

정식 출시된 기기를 눈 앞에 두고도 제대로 시연을 못하는 허탈한 상황. 주변에 있는 다른 매장을 찾았다. 이번엔 공식 대리점이었다. 매장에 기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시연 문의를 해봤다. 직원은 기자의 가입 통신사를 물었고 KT라 답했다. 직원은 잠시 확인을 거친 뒤 “LG유플러스 고객만 사용 가능한 제품”이라면서 “매장에 기기가 없어서 온라인 주문만 가능한데 그러려면 개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연 가능 매장을 묻자 직원은 “근처 사거리 매장에 있는 걸로 아는데 확실하진 않다”고 답했다. 매장 내 설치된 TV엔 U+리얼글래스의 광고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별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연 기기 2주째 고장, 아직 수리 기사님이 안 오셔서…”

우산도 없는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또 다른 직영점을 방문했다. 곧장 시연 여부를 문의하자 직원은 밝은 모습으로 안내했다. 드디어 원활한 시연이 가능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내 받은 곳엔 U+리얼글래스가 있었는데, 연동 시연 단말로 LG전자 V50S씽큐가 구비되어 있었다. 정식 출시 전부터 시연을 시작했던 모델인 듯했다. 기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 다른 직원을 찾아야 했다. 직원은 “고장난 지 2주 정도 됐는데 수리 기사님이 아직 오지 않아서 사용할 수 가 없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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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공식 대리점에 방문했다. 매장 직원은 “온라인으로만 주문가능”하다는 답과 함께 U+리얼글래스 홍보 팸플릿을 처음으로 손에 쥐어줬다. 이쯤 되니 팸플릿을 주는 것마저 고맙게 느껴졌다.

이날 1시간 이상 발품을 팔며 느낀 것은 LG유플러스의 신제품 U+리얼글래스가 판매 현장에서 ‘관심 밖’에 있다는 것이었다. 정식 출시가 된 제품임에도 직원은 판매 장려는 고사하고, 사용법조차 제대로 안내할 수 없었고 직접 찾아온 고객에게 매장에 현재 기기가 없다는 이유, 타 통신사라는 이유 등으로 소극적으로 임했다. 다른 시연 가능 매장을 안내해주지 않았고 손에 쥐여준 팸플릿이 최선의 응대였다. 이는 단순히 일부 판매 현장 직원들의 일탈이 아닌 본사의 판매 지침이 미흡하다는 방증으로 느껴졌다.

하현회 부회장 "고객이 최우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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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회 부회장은 지난 20일 임직원들에게 올해 상반기 경영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단계에서 몰입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명제는 고객"이라면서 “현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어떠한 불만을 갖는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하 부회장이 누구보다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CEO라는 점에서, 최근의 경험은 아쉬운 감이 크다.

물론 현장에 대응이 훌륭한 직원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이날은 말만 앞선 미디어 혁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이유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신제품 판매 지침에 대해 "현장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교육 자료는 모두 배포한다"면서 "체험 가능 매장에 가면 시연과 설명 모두 받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전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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