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유망 프랜차이즈는 있다. 매경이코노미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가맹점과 다점포가 동시에 증가한 브랜드는 유가네닭갈비, 파파존스, 두끼떡볶이, 파스쿠찌, 크린토피아, 설빙, 이디야, 셜록홈즈, 이차돌, 써브웨이, GS25, 세븐스타코인노래방 등으로 나타났다. 공통 키워드는 ‘배달’ ‘독점’ ‘가성비’ ‘마니아’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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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강화로 언택트 소비 겨냥
▷BBQ, 호프형 매장서 BSK로 선회해 ‘대박’
다점포율 상승의 첫 번째 비결은 ‘배달 서비스’ 강화가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것.
‘배달’ 하면 치킨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간 홀 영업과 배달을 겸하는 호프형 매장 위주로 확장하던 BBQ는 코로나19 사태에 전략을 전격 수정해 효과를 봤다.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배달과 포장에 특화된 소자본 창업형 신규 매장 ‘BSK(BBQ Smart Kitchen)’를 대거 출점했다. BSK는 지난 6월 처음 선보인 후 한 달 만에 50개점 넘게 계약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중 절반 정도가 기존 BBQ 점주들의 다점포 출점이다. 덕분에 가맹점은 지난해 말 대비 6% 늘고, 다점포는 90개에서 154개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외식업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유가네닭갈비’가 선전한 이유도 배달 덕분이다. 유가네닭갈비 가맹점과 다점포는 지난해보다 각각 27개, 15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가네닭갈비는 매주 하루 배달앱 ‘요기요’를 통해 2000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요기요 배달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20% 증가했다. 지난 4월 사이드 메뉴 6종을 추가한 것도 배달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계란찜, 날치알주먹밥, 치즈라볶이 등 2000~6000원짜리 사이드 메뉴를 대폭 늘려 고객이 배달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쉽도록 했다. 한 유가네닭갈비 점주는 “코로나19 이후 계란찜 메뉴를 추가하기 위해 매장에 전자레인지만 4개를 추가 설치했다. 평일에는 평균 20개, 주말에는 30개 정도 팔리는데 원가율이 낮아 계란찜만 잘 팔아도 알바 1~2명 인건비가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좋다”고 전했다.
‘설빙’ ‘크린토피아’도 배달로 재미를 봤다. 설빙 가맹점은 올해 15개, 다점포는 33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프로모션을 늘리며 배달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크린토피아도 가맹점(2710개→2872개)과 다점포(127개→149개) 모두 증가했다. 지난 3월부터 ‘수거·배달 서비스’를 강화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파스쿠찌’의 선전이 눈에 띈다. 가맹점은 28개(452개→480개), 다점포는 20개(50개→70개) 증가했다. 파스쿠찌는 전체 480개 점포 가운데 76%인 380여곳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기 제품인 ‘아이스라떼’ ‘허니브레드’ 등의 주문이 늘며 최근 배달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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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고객 공략·시장 독점 ‘초격차’
▷써브웨이·배스킨라빈스·파파존스·셜록홈즈
경쟁자가 없으면 불황도 두렵지 않다.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들은 코로나19에도 무풍지대였다.
‘웰빙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공고한 위치를 다져오고 있는 써브웨이는 2014년 첫 조사 이후 7년간 다점포가 한 번도 줄지 않고 지속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가맹점과 다점포가 각각 48개, 70개 늘어 다점포율 36.7%를 기록, 지난해(22.4%)보다 14.3% 급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써브웨이 점주 중 가장 많은 다점포를 운영하는 ‘최다점포’ 사례도 2018년 4개→2019년 5개→2020년 6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써브웨이 관계자는 “써브웨이는 국내 샌드위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 면에서 경쟁력을 지닌다. 기존 매장의 지속적인 매출 신장으로 수익성이 검증됐고 폐점율 또한 낮다는 점이 가맹점, 다점포 동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자랑했다.
아이스크림 1위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도 선방했다. 가맹점이 40개(1350개→1390개) 늘고 다점포는 60개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스킨라빈스는 점주가 직접 출근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만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오토(auto) 매장’ 비율이 높다. 수익이 워낙 확실하기 때문에 투자형 점주들의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더 이상 매장을 늘릴 곳이 없어서 출점 대기 중인 예비 창업자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황도 길어지고 있다. 소비자 지갑이 얇아진 만큼 ‘가성비’ 좋은 브랜드가 투자형 점주 각광을 받았다.
셀프 떡볶이 뷔페 브랜드 ‘두끼떡볶이’가 대표 사례다. 올해 가맹점은 206개에서 227개로, 다점포는 42개에서 60개로 늘었다. 두끼떡볶이는 즉석 떡볶이를 ‘무한리필’로 즐길 수 있는 브랜드다. 주머니가 가벼운 10~20대 청소년층에게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중가 커피 브랜드 ‘이디야’의 가맹점과 다점포가 각각 208개, 45개 늘어난 것도 가성비 트렌드에 부합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취향이 확고한 ‘마니아’ 고객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파파존스와 셜록홈즈가 대표적인 예다.
파파존스는 가맹점 156개 중 78개가 다점포로, 다점포율이 50%에 육박한다. 지난해(45.9%)보다도 더 오른 수치다. 전체 피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확고한 마니아층 덕분에 탄탄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파파존스 관계자는 “유학이나 해외여행 등을 경험하며 현지에서 먹은 맛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로열티도 6%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로 낮춘 이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파파존스가 미국 본사와 똑같은 맛을 구현한 게 마니아층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방탈출카페를 운영하는 ‘셜록홈즈’도 승승장구 중이다. 전체 54개 가맹점 중 투자형 점주가 보유한 매장이 27개로, 다점포율이 50%에 이른다. 권충도 셜록홈즈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추가 출점 매장 중 기존 점주가 90%를 차지한다. 방탈출카페는 은근히 프라이빗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방차 프랜차이즈 ‘오가다’는 의료기기 업체 ‘세라젬’과의 협업으로 재미를 봤다. 세라젬이 ‘1층에 오가다, 2층에 세라젬’ 형식의 복합 매장을 12개 출점하며 전체 브랜드 중 최다점포 운영 사례로 꼽혔다. 오가다 한방차와 세라젬의 주 고객층이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임에 착안, 한방차를 마시러 온 고객이 세라젬도 체험해보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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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주춤’한 브랜드는
▷에머이·연안식당 등 대형식당 부진
다점포가 대폭 줄어들면서 쇠퇴 양상을 보인 브랜드도 많다.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미니스톱만 다점포 자료 요청에 응했다. 이마트24는 다점포 수 공개를 거부했다. GS25와 CU는 아예 지난해 말 기준으로만 자료를 제공,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점포 수 증감은 확인할 수 없었다.
세븐일레븐 다점포율은 지난해 24.6%에서 올해 18.4%로 감소했다. 가맹점은 218개 증가했지만 다점포는 561개 줄어든 결과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감소한 게 크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관광지·오피스 상권 매장 비중이 높다보니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미니스톱은 다점포가 64개 늘었지만 가맹점은 2개 줄었다. 생계형 점주들이 폐업한 가게를 기존 점주들이 인수한 ‘손바뀜’ 현상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점포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편의점 업계 공통된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상권마다 매출이 천차만별 달라지면서 수익성 리스크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여러 매장보다는 똘똘한 한 개 매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점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홀 위주로 영업하는 ‘대형 식당’ 브랜드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연안식당’은 가맹점이 225개에서 194개로, 다점포는 92개에서 37개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0.9%에 달했던 다점포율은 19.1%로 반 토막 났다. 베트남 쌀국수 브랜드 ‘에머이’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7년 54.1%에 달하는 높은 다점포율을 자랑했지만 지난해 26%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는 아예 정보를 비공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는 “최근 입점 문의가 들어오는 곳 중 대부분이 기존 연안식당과 에머이를 운영했던 점주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이 줄어든 데다 이제는 하향세를 타고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활맥주’ 역시 전년 대비 가맹점(178개→174개)과 다점포(24개→14개) 모두 감소했다. 하지만 직영점 수(18개→22개)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브랜드와 차이를 보인다. 생활맥주 관계자는 “앞으로 생계형 점주 비중을 줄이고 직영 매장과 다점포 점주 매장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일단 가맹점 대신 직영점 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하락세가 뚜렷했던 브랜드는 코로나19 탓에 수심이 더 깊어졌다. 매년 가맹점 수가 급감하고 있는 ‘카페베네’는 남아있던 투자형 점주마저 떠나는 모양새다. 다점포수가 전년 28개에서 올해 5개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점포율도 급감(8.1%→1.7%)했다. 지난 2012년, 한때 1000개를 넘었던 매장 수는 2017년 543개까지 줄더니 이번 조사에서는 313개까지 떨어졌다.
2016년 정점을 찍고 인기가 시들해진 ‘스크린야구’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업계 1위 ‘스트라이크존’은 가맹점이 175개에서 158개로, 다점포 수 역시 31개에서 20개로 줄었다. 2016년 33.3%에 달했던 다점포율은 어느덧 12.7%까지 감소했다. 스트라이크존과 함께 스크린야구 업계 ‘투톱’을 이뤘던 ‘리얼야구존’은 지난해부터 점포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맹사업부를 비롯한 본사 직원이 대거 퇴사하는 등 회사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모텔’과 ‘피트니스 클럽’도 코로나19가 악재가 됐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사실상 가맹사업을 접었다”며 점포 수 공개를 거부했다. 여성 전용 피트니스 클럽으로 승승장구했던 ‘커브스코리아’도 지난해보다 가맹점 30개, 다점포 21개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단기 유행을 좇은 ‘반짝’ 프랜차이즈도 트렌드가 지고 나면 부진한 모습이다. 쥬씨는 2016년 다점포율이 15%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맹점과 다점포가 493개, 31개를 기록, 지난해보다 각각 47개, 20개 줄었다. 다점포율은 9.4%에서 6.3%로 떨어졌다. 실제 한때 쥬씨 4개, 명랑핫도그 3개, 더달달아이스크림 1개를 운영하던 A다점포 점주는 현재 쥬씨 2개, 더달달 1개만 운영 중이다. 쥬씨는 남은 두 개도 매물로 내놨다. 대신 공유킥보드 운영사로부터 프랜차이즈 지역 사업권을 따내 신사업을 시작했다. A점주는 “더달달도 생계형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투자형으로 운영하기에는 기대수익률에 못 미친다. 가격이 맞는 인수자가 나오면 조만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2호 (2020.08.19~08.25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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