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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4대강 보 철거 집착하는 정부… 사실과 다른 발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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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호 논설위원이 본 다시 불붙는 4대강 논란

조선일보

지난 10일 경남 창녕군 일대에서 낙동강 본류 제방 수십m가 무너진 뒤 복구돼 있다. 사진 오른쪽 위 시설물이 합천창녕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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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4대강 보(洑)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낙동강·섬진강 등에서 일어난 홍수 피해의 원인과 책임 규명까지 주문하면서 4대강 사업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한쪽에선 '보 탓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하고, 반대쪽에선 '보 덕분에 피해가 줄었다'고 한다. 보가 4대강 본류뿐 아니라 지류·지천의 피해를 키웠는지 등에 대해서도 '그렇다' '아니다'로 정반대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은 사실 소모전일 뿐이다. 2011년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9년간 네 차례의 감사원 감사, 국무조정실·환경부가 주도한 민관 합동 조사 등을 통해 진위가 이미 가려졌기 때문이다.

◇보 상류 쪽 물높이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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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호 논설위원


여권과 환경 단체 등에선 대통령 지시 직후 "보가 홍수 피해를 키웠다"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다시 공격하고 나섰다. 환경부도 "보는 홍수위(홍수 때 불어나는 강물 높이)를 상승시켜 홍수 소통에 부정적"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보가 홍수위를 상승시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물 흐름과 특성을 연구하는 수문학(水文學) 용어에 '배수(背水) 효과'〈그래픽〉라는 게 있다. 보가 강물 흐름을 막아 보 상류 쪽 강물의 수위가 소폭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보든 댐이든 방조제든 강을 횡단하는 구조물은 모두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러나 하천 전문가 대다수는 4대강 보의 배수 효과는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형 여건과 유속 등에 따라 보 상류 쪽으로 100~200m 정도 배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보 설계 때 이미 배수 효과가 반영됐고, 상류 쪽 수위 상승 폭도 작기 때문에 보가 홍수 위험을 키운다고 보기 어렵다"(세종대 배덕효 교수)는 것이다. 일부 여권 인사는 "보가 홍수를 유발한다"고까지 주장하지만 이렇다 할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준설로 홍수 피해 줄어"

4대강 사업 이후 홍수 피해는 이전보다 대폭 줄었다. 대규모 준설로 홍수 조절 능력이 커졌다는 것은 상식적 사실이기도 하다. 홍수량이 같은 경우 강바닥을 깊이 파내고 제방을 더 높게 쌓으면 홍수 소통 능력이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간단한 상식을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부정해왔다. 그런데 박근혜·문재인 정부 들어 실시한 모든 4대강 조사 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4대강 사업 이전 강물 범람 등으로 808㎢에 달하던 상습 침수 구역의 94%(757㎢)가 공사 이후 침수 위험이 줄어들었다. 4대강 본류 제방 357개의 86%(308개)에서 제방 안전도가 개선됐다. 100~200년 빈도 홍수 때 4대강의 최고 물높이는 3.9m까지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강 본류를 준설하면 지류·지천의 홍수 위험까지 커진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강바닥 준설 등으로 4대강의 물그릇이 커져 본류에 많은 물이 담기면 4대강의 수백 지류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본류 강물에 가로막혀 지류·지천이 넘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 주도로 구성된 4대강 조사 평가위원회는 "4대강 지류 235곳의 72%(170곳)에서 홍수 위험이 줄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91㎞의 지류는 홍수위가 1m 이상, 749㎞ 지류는 10㎝ 이상 홍수위가 떨어졌다. 당시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강 본류의 물그릇이 커져 지류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 못지않게 부정적이었다.

◇낙동강 제방 붕괴는 부실 공사 때문

지난 10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인근 낙동강 제방 40여m가 붕괴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보 때문에 수위가 오르고 수압이 높아져 제방이 무너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제방은 합천창녕보에서 상류 방향으로 2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배수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제방이 원래부터 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도 "제1원인은 부실 공사이고 배수 효과가 붕괴를 가속화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하천 전문가는 "흙과 모래로 쌓은 하천 주변 제방은 겨울철엔 모래 사이의 공기가 얼고 여름엔 물이 침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제방을 만들 때 다짐을 부족하게 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너진 제방 안쪽에는 강물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한 농경지가 있고, 농경지에 고인 물을 강으로 빼내는 콘크리트 배수시설이 제방을 관통해 설치돼 있다. 콘크리트 시멘트와 제방의 흙이 만나는 부분이 제대로 접합돼 있지 않으면 제방 안전에 결정적으로 '약한 고리'가 된다고 한다. 제방이 부실한데 관리 부실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4대강 보만 끈질기게 공격하는 정부

조선일보

이명박 정부가 밝힌 4대강 사업의 목적은 여럿이다. 강바닥 준설과 제방 보강을 통한 홍수 피해 방지, 보에 채운 물로 가뭄 대비, 수량 확보와 오염 물질 정화 시설 확충으로 수질 개선, 자전거길 등 친수 시설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다. 현 정부는 이 가운데 유독 보를 끈질기게 공격한다. 보 탓에 수질이 나빠졌고 보가 강의 경관과 생태계를 망쳤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직후 수질 개선을 이유로 '보 수문(水門) 상시 개방' 지시를 내렸다. 이번엔 '보의 홍수 조절 능력'을 검증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지시는 엉뚱한 측면이 있다. 보는 홍수 조절용이 아니라 가뭄 대비용이다. 평소 물을 가득 채워 일정한 수위로 유지하는 게 보의 본기능이다. 전국 지류·지천에 깔린 보 수만 개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홍수 때 물이 잘 빠지게 하는 용도로 세운 보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보가 갖추지 않은 기능을 분석하라는, 해결 불가능한 주문인 셈이다.

4대강 보는 2018년 가뭄 때 제 역할을 했다. 금강 보에 가둔 물을 도수로를 통해 충남 지역 논밭으로 흘려보냈다. 강물에 물이 가득 들어차 강 주변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면서 농경지의 지하수 활용도 크게 좋아졌다. 한 하천 전문가는 "대통령이 가뭄 대비라는 보의 원래 기능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홍수 조절 능력 검증을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창녕군 이틀간 250㎜ 비에도 침수 3가구뿐… "4대강 사업 덕분"]

2003년 태풍 '매미' 때 경남 창녕군엔 300㎜ 안팎 폭우가 순식간에 쏟아졌다. 낙동강 수위가 11.8m(해발 기준)까지 차올라 지천에서 내려오는 물을 역류시키는 바람에 인근 지천 7곳의 제방 3260m가 붕괴되거나 유실됐다. 사망자 9명에 523가구 주택이 침수되고 농경지 침수 피해도 2600헥타르(㏊)나 됐다.

창녕군은 이번 호우 때도 이틀 새 250㎜ 비가 내리면서 낙동강 본류의 제방 수십m가 무너졌다. 그러나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다. 창녕군 관계자는 "제방 인근 마을에 사는 수백 가구 가운데 침수 피해를 본 곳은 3가구뿐"이라며 "나머지 가구는 일시 대피한 당일 귀가해 정상 생활로 돌아갔고, 침수된 농경지도 (태풍 매미의 2% 수준인) 50헥타르 정도"라고 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창녕군 제방이 무너질 당시 본류 수위는 17.6m로 홍수위(18.6m)보다 1m 정도 낮았다. 비가 더 내려 강물이 1m 더 차올라도 홍수 방어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강바닥 준설 효과다. 여기에다 제방 높이는 홍수위보다 3m 높은 21.9m다. 강물 높이가 홍수위를 넘겨도 제방을 넘지는 않는 것이다. 창녕군 관계자는 "태풍 매미 때와 달리 이번 호우 때는 낙동강 지천들이 범람하거나 제방이 유실되는 사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준설로 본류의 물그릇을 충분히 키운 덕에 지천의 물이 본류로 합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은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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