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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모인의 게임의 법칙] 김택진 대선 후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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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더게임스데일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내년부터 게임 석 박사 과정 신입생을 모집, 강의를 시작하겠다는 소식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나오지 않아 확실치는 않지만, 전공 책임 교수의 말을 빌어보면 세계적인 게임 연구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게임 석 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일은 그리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주체가 국립대학인 KAIST라는 곳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이젠 국립대에서도 게임산업을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 다른 한편으론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이제 겨우 관심을 피력하느냐며 고루한 국립대학의 학문 탐구의 시선을 일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게임이란 장르가 대중문화의 한 줄기로 굳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국립대학이란 곳에서, 그 것도 대학원 과정에 게임학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강좌가 개설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그도 저도 아니면 더 빈정돼야 하나.

그럼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 대학원에서 조차도 게임 개발이나 잘하고, 게임만을 잘 내다 파는, 이른바 '선수'들만 양성하려 드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을 학문적 관점에서 체계화, 과학화한다 하면서도 대한민국 게임의 역사와 게임 문화사를 마치 헌신짝 내 팽개치듯 커리큘럼에서 제외하고 있는 대학과 대학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건국대학교에서, 그것도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그 과목을 개설해 놓고 강의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한마디로 게임이란 학문에서 핵심과 골자를 빼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족보도 모르면서, 게임 역사 조차도 꿰뚫지 못하면서 게임의 세계화 융합화를 부르짖는 것은 마치 상산구어(上山求魚)나 다름 아니다 할 것이다.

다소 역설적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게임산업이 이처럼 순풍의 돛대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제도권의 무관심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규제란 이름의 대못을 산업으로 가는 길목에 잔뜩 뿌려 놓아 봉오리도 맺지 못한 채 졌을 게 뻔하다 . 또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내 유명 대학들이 게임을 철저히 외면해 준 덕도 크게 봤다 할 것이다. 이를 그나마 좋게 보면 게임산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 보면 게임은 그저 '아이돌 문화'라는 인식 아래 눈을 내려다 본 때문이 아닐까.

우스갯 소리로 들릴 수 있는 얘기지만, 지금 이 디지털 문화시대는 서울대에 없는 학과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서울대에는 왜 연극영화과가 없는가 하는 물음까지 던지고 싶지 않다. 한 해 우리나라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게임 관련 학과도 없다. 그러나 만의 하나, 그 해당 학과가 있었다면 약보다는 되레 독이 되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중문화예술은 엘리트교육만으로는 쌓아올릴 수 없는 또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쾌속질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겉과 속이 조금 차이가 있고, 일부 기업에 대해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 흘러 나오고는 하지만, 비대면 시장이 확대되고, 포켓머니 산업의 특질인 경제 기저가 나쁘면 반대로 뜬다는 통설을 그대로 입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치권 마저 김 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대권 후보론까지 초치했겠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김 사장이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었음에도 이같은 말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원하지도 않았는데 권좌에 오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도록 매달려도 정권을 잡지 못한 인물도 있다.

미국의 26대 대통령직에 오른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는 권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그가 원했던 건 전쟁영웅이란 칭호 정도였다. 하지만 그를 불러들인건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이었다. 대단한 정치가였던 맥킨리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감으로 루스벨트를 지명했다. 그리고 대선에 성공했다. 통화개혁에 혁혁한 성과를 거둔 맥킨리는 그러나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한 무정부주의자가 쏜 총탄에 맞아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루스벨트는 졸지에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무임승차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대형 노조 사이의 갈등을 전격적으로 해결한 데 이어 그즈음에 일어난 러일 전쟁의 종전을 예상외로 빠르게 이끌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루스벨트는 또 수천 에이커에 해당하는 땅을 보호구역으로 묶었는데, 그 땅들이 오늘날의 국립공원과 삼림으로 남게됐다.

반면 진나라의 항우는 이와 다른 사례다. 병법에도 뛰어나고 힘이 장사였던 그에 대해 백성들은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지면 당연히 항우가 왕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항우 자신도 그렇게 믿고 스스로 서초 패왕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5만의 군사를 가지고 50만에 이르는 유방의 군사를 물리친 彭城(팽성)전투는 압권이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였다. 부하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유방에게 투항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끝내는 해하(垓下) 전투에서 한신(韓信)을 앞세운 유방에게 대패하면서 뜻을 접고 만다.

일각에선 김 택진 사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는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반응도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권의 대세가 과거와 크게 다르게 성공한 기업인들에게도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또 그의 능력과 자질을 보면 못할 것도 없다.

따라서 그 선택과 결정은 순전히 김 택진,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 할 것이다. 다만, 그가 현실 정치에 관심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이사회 의장자리나 차지하고 앉아 정계를 기웃거리지 않았을까.

김 택진 사장에 대한 김 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의 대선 후보 발언은 그 답게 넘겨잡은 해프닝성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에게 이 한가지 팁은 주고 싶다. 김 사장이 웅변가는 아니지만 달변가인건 분명하다고.

게임산업이 뜨니까 이쪽저쪽에서 기웃거리며 야단들이다. 이 정도이면 게임계가 수위 조절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제도권에서 제대로 게임계를 들여다보고 했으면 한다.

[더게임스데일리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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