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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일사일언] 딱 필요한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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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지유 과학 칼럼니스트


우리는 색에 둘러싸여 산다. 진한 고동색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빨간 신발을 꺼내 신고 은색 현관문을 지나 실외로 나가면, 파란색 자전거들이 거치대에 세워져 있고 화단과 가로수에는 초록색 나뭇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이 색은 모두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선 햇빛이 있어야 한다. 햇빛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보이지 않는 빛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가시광선은 빨주노초파남보로 불리는 무지개 색으로 구성돼 있다. 과학자들은 무지개 색은 일곱 가지가 아니라 200가지가 넘는다지만, 평소에는 이 색들이 모두 합쳐져 투명해 보이므로 무지개가 진정 몇 가지 색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신기한 일은 가시광선이 물체에 닿는 순간 벌어진다. 물체는 수많은 색 중 자신이 필요한 것만 먹고 나머지는 허공으로 돌려보낸다. 이를 반사라고 하는데, 반사되는 빛이 우리에겐 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내 신발이 빨간색인 이유는, 가죽이 빨간색만 골라서 튕겨내기 때문이고, 나뭇잎이 초록색인 이유는 초록색만 쓰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색은 다 흡수해서 광합성 하는 데 이용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잎이 버린 초록색을 보며 힐링을 받고 있는 셈이다.다른 물체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드러내려면 몇 가지 색을 허공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빛을 다 흡수하면 검은색이 되어 존재를 알 수 없다.

나뭇잎은 왜 초록색을 버렸을까? 가시광선 중 가운데에 있고 양도 가장 많은 초록색을 버리는 이유는 뭘까? 나뭇잎은 일종의 태양전지라서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전기가 흐르면 과부하가 걸려 잎이 타버릴 수 있다.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한 결과가 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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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식물은 초록색을 과감히 버렸다. 한몫에 많은 양을 챙길 기회를 버린 것이다. 대신 양이 적은 다른 색을 조금씩 흡수한다. 딱 필요한 만큼만!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취하는 것,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는지.

[이지유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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