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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코로나19 때문에 이탈리아 전당포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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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사회보장 펑크·은행대출난 속 구명줄

"15세기부터 이어온 서민 최후의 '사회안전망'"

연합뉴스

정부 지원 요구하며 시위하는 이탈리아 관광 가이드
(로마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관광산업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지원해달라며 관광 가이드들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sungok@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전당포들이 다시 성업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 때문에 서민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었으며, 연금은 부족하고 정부가 약속한 복지 수당은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당장 현금이 급한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부실대출이 많은 일반 은행에서는 추가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돈이 나올 구멍이 막힌 시민들은 시계, 반지, 목걸이 같은 물건을 들고 전당포를 찾는다.

은행과 달리 전당포는 신용 한도나 거래 이력을 조회하지 않으면서 범죄 이력과 돈세탁 우려만 없으면 낮은 이자로 소액 대출을 해준다.

이용객은 이들 귀중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일정 기간 내에 이자를 낸다.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면 전당포는 해당 물건을 경매에 부쳐 대출금을 회수한다. 경매 낙찰가가 대출금보다 높게 나오면 초과분은 이용객에게 돌아간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는 봉쇄령이 내려진 직후엔 전당포 거래량이 20∼30% 증가했다.

현지 전당포 체인점인 아피데 측은 "가을이 오면 주민들의 재정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더 큰 성수기를 내다봤다.

이탈리아의 전당포 체계는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 가톨릭교회가 15세기에 고리대금업을 뿌리 뽑으려고 부자들의 자산을 모아 빈자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던 것이 시초였다.

현재 전당포는 이탈리아 공식 금융 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대다수 주요 은행에도 전당포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당포에 맡겨진 물품 중 실제 경매까지 가는 것은 약 5%밖에 되지 않으며, 전당포는 현금이 필요한 서민들이 고리대금에 손을 대는 것을 막아준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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