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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북한, 대미 메시지 내부에는 알리지 않아…협상 여지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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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근·최선희 담화, 대외용 조선중앙통신만 보도

표면적 '대화 거부'에도 여지 보여…11월까지 '관망'

뉴스1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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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면서도 이를 정작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달 대남 적대 국면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담화와 그에 따른 보복 조치를 일일이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하는 7일 담화를 내고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라고 밝혔다.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힌 이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됐다.

앞서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고 한 담화 역시 조선중앙통신만 보도했다.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당국이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달 대남 공세 국면에서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주요 당국자들의 잇따른 대남 담화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실었다.

남북 통신선 차단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보복 조치는 물론이고 대남 비방 전단을 대량 인쇄하는 사진도 주민들에게 공개하며 남북 간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다.

이렇게 대조적인 태도는 지난달에도 비슷했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는 권정근 국장(6월 11일)과 리선권 외무상(6월 12일)의 담화를 노동신문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담화의 비난 수위도 자극적이거나 원색적이지 않았다.

이는 북미 협상 관련,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해도 여전히 상황에 따라서는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한미 양측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고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즈음한 시점에 북한의 대미 외교 담당자들이 잇따라 미국을 압박하는 담화를 낸 것이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북한이 미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즉각 재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요인이 적다. 미 대선이 끝나는 오는 11월까지는 정세를 관망하며 내부 경제 챙기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제1부상도 담화에서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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