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선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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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의 동료들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전 주장 장윤정씨, 팀닥터라고 불리던 치료사 안주현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후 이들 중 김 감독, 장씨와 다른 남자 선수 A씨는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상임위가 연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씨는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폭행·폭언한 적이 없느냐'는 질의에 "그런 적 없다"며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김 감독 본인은 폭행이나 폭언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이에 가담한 선수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장씨 역시 "폭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인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는 질의에는 "마음이 아프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이어졌으나 이들은 "폭행한 적이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닥터를 말렸다"며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안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최 선수가 당한 가혹행위 현장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추가 피해 선수들의 증언까지 나왔으나,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를 비판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팀닥터 한 명의 책임이라는 경주시체육회의 발표에 동의하는가"라며 "지금은 조사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사건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해야 할 팀닥터라는 사람이 선수를 폭행했다"며 김 감독에게 팀닥터의 영입 배경을 물었다. 김 감독은 "2008년 병원에서 치료를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고, 선수들의 요청으로 팀에 오게 됐다"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
주무부처 장들은 또 뒷북 대책을 내놨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최 선수의 유족과 선수들,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기존 시스템의 작동 문제를 확인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도 은폐·축소 의혹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참담한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지도자들을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최 선수를 향한 가혹행위가 벌어지던 작년, 잇달아 불거진 스포츠계 폭행·비리에 대해 정부의 근절 계획을 발표했던 전임 문체부 장관이 현 도종환 문체위 상임위원장이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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