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예산 심의의 첫 단계 상임위 심의는 대부분 1~2시간에 끝났다. 사실상 심사를 생략한 것이다. 이곳저곳 상임위에서 "정부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 데 이의가 있느냐"고 물은 뒤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됐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 상임위가 심사를 마치고 산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분이었다고 한다. 정의당 의원이 "통과 목적의 상임위"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심지어 산자위는 1시간 반 심사하고선 예산을 2조3000억원이나 늘려 예결위로 넘기기도 했다.
애초 정부가 내놓은 추경안부터 부실했다. 세금 알바 만드는 데 예산을 쏟아붓고,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않고 '뉴딜' '그린' '스마트' 등의 이름만 그럴듯하게 달아 예산을 배정했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적한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1당 국회는 그 존재 이유와 같은 예산 심의를 포기한 것이다.
176석의 힘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민주당은 35조원 규모 예산도 단독으로 날림 심의해 벼락치기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제 각종 정치·경제·사회 법안들도 야당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통과시킬 것이다. 정권 보위기구를 만들기 위해 아직 시행조차 안 된 공수처법을 입맛대로 고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득표율 차이는 8.5%포인트였다. 통합당도 41%를 얻었다. 의석수로는 차이가 크지만 야당을 찍은 민심의 크기도 결코 작지 않다. 그런데 정권은 이런 민심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의석수만을 앞세워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