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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경기부양 명분, 공공 고용확대…재정부담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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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이 예상이 들어 맞으면 올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정부는 35조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 들며 경기 방어에 나섰지만 예산 용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매일경제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장기적으로 재원 부담이 확실시되는 정책을 IMF가 권고하고 있는 단기 부양책과 혼재시켜 논의하는 데 대해 염려를 나타냈다.

―IMF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을 -3%에서 -4.9%로 하향 전망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더라도 여파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V자로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 중국 등은 조기 봉쇄정책 효과로 2분기부터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돼 상대적으로 조정 폭이 작다. 다만 IMF가 이들에 대해서도 내년도 전망치를 낮춘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올해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작지만 높은 무역의존도로 인해 회복 과정이 다른 선진국 상황과 '디커플링'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 측 대응은 적절했다고 보나.

▷국제통화를 갖지 못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초기 대응 과정에서 작지 않은 규모로 부양 정책을 실시했다. 재정지출, 지급보증, 출자, 대출 지원 등을 포함하면 6월 기준으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정도를 투입했다. 앞으로 더 큰 부양책이 필요한지는 경제 회복세를 보면서 결정할 문제다. IMF는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되면 재정 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한국에 권고하고 있다.

―재정 여력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재정 여력에 대한 개념은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할 여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일시적인 재정지출 증대를 통해 극심한 경기 침체가 중장기 경제성장률에 항구적인 상처를 내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이다. 한국은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 접근성이 있고, 국가 부채 비율도 낮으니까 경기부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지출 증가가 일시적이지 않고 영구적이라면 다른 문제가 된다. 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부양 예산의 용처는 적절했나.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실업보험 급여 지급기간을 연장하거나 유동성 부족으로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정부 지출안 대부분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일부 지출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IMF는 규모뿐 아니라 사용처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부양정책에서는 '3T'가 중요하다. 선별적이고(Targeted), 일시적이며(Temporary), 투명해야(Transparent) 한다.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국가 부채 비율이 2040년이면 GDP 대비 60%를 넘고 2050년에는 100%에 가까워진다. 단기 경기부양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재정지출을 예로 든다면.

▷경기부양책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고용을 항구적으로 늘리거나 새로운 복지제도를 재원 계획 없이 도입하는 것 등이다. 우선 IMF는 한국의 복지정책과 사회안전망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둔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려고 공공부문 고용 규모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화도 공기업이 선도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사회적 정의와 형평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후 다른 공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부문 확대와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장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공기업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는 당장 달콤한 정책일지 몰라도 공공부문 임금이 국민 세금에서 충당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래 청년들이 져야 할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시급한 과제더라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재난지원금 역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선별적으로 실업자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 등에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도 역시 장기 재원 조달 계획 없이 주장한다면 또 다른 포퓰리즘 사례가 된다.

―저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데 통화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율이 기조가 되면서 중앙은행 기능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제 신용 리스크를 직접 떠안으면서 회사채까지 매입한다. 단기 이자율 조정이나 인플레이션 타기팅의 기존 틀을 넘어 양적완화(QE), 일드커브컨트롤(YCC)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활용을 준비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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