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가운데,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학생들이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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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위안부 소녀상을 사이에 두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보수단체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집회 장소인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은 집회 시작 전부터 참가자가 몰렸다. 정의연이 28년 동안 매주 수요시위를 진행한 소녀상 앞자리를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집회 장소로 먼저 신고했다. 경찰은 400여명을 투입해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단체 간 충돌 등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대치상황이 발생한 건 소녀상 앞이었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20여명이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는 보수단체에 맞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농성은 23일 0시부터 시작해 이틀째다. 이들의 시위가 미리 신고하지 않은 '불법 집회'인 만큼 경찰은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취재진을 제외한 시민들의 소녀상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소녀상 주변에는 보수 유튜버들이 모여들어 거친 욕설이 오갔다. 한 유튜버는 경찰을 향해 "국민은 만만하게 보고 빨갱이들한텐 발발 긴다"며 "헌법이 존재하는 나라인데 어떻게 저런 것들을 아무도 체포를 안 해가냐,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동영상을 찍으려 접근하는 유튜버에게 "토착 왜구 물러가라"며 소리를 지르는 시민이 경찰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측에 계속해서 자진 해산을 요구했다. 양쪽에서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자진해산 경고가 3차례 있었지만 강제 해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강제해산은 최후 수단이다. 집회 신고 단체간 마찰이 생기거나 도로점거 등 위험수위까지 도달할 경우에 한다"며 "신고 없이 진행한 불법 집회에 대해서만 위법 사항을 적용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관계자와 소속 학생들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들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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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가슴 찢겨도 이 자리 있을 것"
자유연대 측은 이날 방송차를 동원해 집회를 진행했다. 자유연대는 "윤미향 도둑X, 정의연은 해산하라, (대학생 단체) 너희들이 있어야 할 곳은 학교다"라며 구호를 제창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자리를 선점해서) 우리가 이긴 거다. 시작점부터 이겨놓고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안 좋은 명분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며 수요시위 참가자들과 충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의연은 본래 집회를 열던 소녀상 자리에서 15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 인도에 무대를 설치했다. 이날 수요시위를 주관한 평화비경기연대도 집회 시작에 앞서 보수 단체와 불필요한 말과 신체접촉을 피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인내와 파동의 역사를 묵묵히 견뎌왔지만 이제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째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가 무자비하게 슬픈 오늘, 그래도 저희는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시위가 '피해 생존자들의 고통과 아픔, 상실감과 좌절감이 얽혀있는 자리', '낙인과 배제, 고통과 죽음을 이겨낸 존엄과 생명의 자리'"라며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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