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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삼성, 벽 뒤 물체 촬영·식욕조절 연구 등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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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육성’ 상반기 과제 발표 / 기초과학분야 14개 등에 388억원 지원 / 우주과학·AI 등 미래 신기술 대거 포함 / 기초과학 분야 과제 30% 건강 관련 주제 / 성간물질·양자암호통신 연구 진행 관심

벽 같은 장애물 뒤에 있는 물체를 촬영하는 ‘비시선(Non Line Of Sight) 이미징’ 기술이 개발된다. 비시선 이미징 기술은 방출된 광원이 반사돼 돌아오는 정보를 재조합해 영상을 만드는 기술로, 차세대 이미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기술로는 단 한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수십 시간이 소요돼 실생활 적용이 불가능했지만, 새로운 개념의 광원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 초 내에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투시’를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연구는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 김민혁 교수가 삼성전자의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올해 상반기 연구를 진행한다.

세계일보

김민혁 교수(왼쪽부터), 김성연 교수, 토마스 슐츠 교수, 박홍규 교수


삼성전자는 김 교수 연구를 포함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0년 상반기 지원 과제를 4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기초과학 분야 14개, 소재 분야 8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6개 등 모두 28개로 연구비 388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상반기 과제로는 우주과학과 AI(인공지능), 뇌종양 치료 등 미래 신기술 연구가 대폭 포함됐다. 특히 올해는 기초과학 분야 연구 지원 과제 중 30%에 해당하는 4건이 건강 관련 주제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대 화학부 김성연 교수는 사람이 음식물을 먹으면 느끼는 포만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포만감의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 관련 인자를 찾아낼 예정이다. 이 연구는 식욕 조절을 통한 비만·당뇨 등 치료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스트(UNIST) 화학과 토마스 슐츠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해 별과 별 사이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물질인 성간물질(interstellar matter)의 조성과 구조를 밝힌다. 성간물질은 과학자 요하네스 하트만이 1904년 성간기체를 처음 관측한 이후 현재까지도 미지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소재 분야에서는 고려대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가 양자암호통신의 기초가 되는 광자(빛 입자)를 생성하는 광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박 교수는 가시광 파장 영역대의 단일 광자 생성이 비교적 쉬운 물질을 이용해, 가시광 파장의 단일 광자를 통신에서 사용 가능한 단일 광자로 변환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는 분자인식 기반의 고효율 바이오 결합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항암제 기술에 대해 연구한다. 항체와 약물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특정 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항체약물결합체(Antibody Drug Conjugate)’를 고도로 발전시킨 기술이다. 과제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기존 대비 최대 1000배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으면서도 부작용은 현격히 줄이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CT 분야에서는 뇌종양 치료, 차세대 이미징, 인공지능 등 미래 핵심기술 연구 분야에서 총 6개 과제가 선정됐다. 김 교수 사례 외에 서울대 의공학과 최영빈 교수가 뇌종양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뇌종양 치료액, 치료액을 종양에 이동시키는 전기 장치, 치료액의 속도와 양을 제어하는 딥러닝 알고리즘 등 종합적인 치료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해 과학 기술을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한 연구 과제를 포함해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201개, 소재 분야 190개, ICT 분야 198개 등 총 589개 연구 과제에 758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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