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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충주 살이 10여년...정충화 시인 두번째 시집 '봄 봐라, 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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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종화 시집 '봄 봐라, 봄' 표지


'땅뙈기 조금 넘보았기로 / 뿌리까지 뽑아 없앨 일이던가 / 고추 고랑에 팔을 걸친 풀들에게 / 미안하였다 // 그래, 고추 한 개 덜 먹자 하고 / 호미를 씻었다' (시 '수회리에서-고추밭을 매다가')

식물해설가이기도 한 정충화(61)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봄 봐라, 봄』(달아실출판사)을 펴냈다. 그는 직장 때문에 충주에서 10여년간 자취 생활을 해왔다. 시 67편이 담긴 새 시집에는 그같은 일상에서 접하는 사람, 사물, 자연에 대한 서정적이고 인간적인 공감이 묻어난다.

'속옷을 갈아입다가 / 우연히 바라본 벽 모서리에 / 거미집 두어 채가 눈에 띄었다 /저것들이 감히 주인 허락도 없이 / 단칸방에 똬리를 틀다니 / 까치발로 빗자루를 휘둘러 / 무허가 쪽방을 허물어버렸다(중략) 나는 순식간에 / 폭력 용역이 되고 말았다 / 거대 자본의 위력과 / 용역의 쇠파이프에 내몰린 / 재개발지역 빈민들처럼 /거미들은 또 어느 변두리엔가 / 쪽방을 들일 것이다 / 삶이 가파르면 / 비탈을 쉬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시 '만정리 자취일기-철거')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 에는 이렇게 적었다. "식물 애호가를 자처하면서 근자에 나무 한 그루도 심지 않은 주제에 설익은 활자를 입히겠다고 나무에게 또 죄를 짓는다"고.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정충화 시인은 2008년 계간『작가들』의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고, 시집 『누군가의 배후』산문집『삶이라는 빙판의 두께』 등을 펴냈다. 현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기술자문위원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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