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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불안한 등교…‘9월 학기제’ 대안 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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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늘어 체험활동 활발 학업공백 줄어

사회진출 빨라져 생산인구 감소 대응 효과적

군입대·자격시험 일정조정 등 혼란·비용 부담

도입 검토한 일본, 혼란 우려 내년까지 보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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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 1학기 등교수업이 석달 가량 지연되면서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순차등교가 시작됐지만, 주 1~2회 등교에 불과한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확산되면서 학교에서의 2차 감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감염 우려로 등교를 중단한 학교가 많게는 800곳이 넘으면서 최악의 경우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월 학기제를 도입하면 학사일정과 입시는 물론 기업의 채용일정도 변경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교원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대 국회에서 9월 학기제 도입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하던 일본은 내년까지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 ‘9월 학기제’가 뭐길래=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와 대학의 1학기를 9월에 시작하는 것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권 국가는 대부분 9월 학기제를 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월에 개학하지 않는 곳은 한국과 일본, 호주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을학기제가 대세가 된 것은 1880년 영국을 시작으로 초등 의무교육이 시작된 당시 시대상황때문이다. 당시 유럽 사회는 농민이 다수로, 아이들은 가을 추수철이 오기 전까지 대부분 농장에서 일을 해야 하므로, 무단결석이 매우 심각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학사일정을 마치고 여름철 농번기에 아이들이 농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4월, 한국은 3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일본은 정부의 예산 결산일이 매해 3월31일로, 당해연도 예산이 4월1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학교도 여기에 맞췄다. 또 막대한 겨울철 난방비용으로 겨울방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봄학기제를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학기제는 구한말 ‘7월 시작 2학기제’였으나 일제강점기때 ‘4월 시작 3학기제’로 바뀌었다. 미 군정기에는 ‘9월 시작 2학기제’가 도입됐고, 1959년 초등학교 의무교육제도를 시행했다. 이어 1961년 ‘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1962년부터 ‘3월 시작 2학기제’를 시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력 부족으로 해가 짧아지는 겨울철에 수업을 하기 어려워 그 전에 학사일정을 마쳐야 하므로 일본 보다 한달 더 일찍 학사일정이 시작됐다.

▶장점 많지만…사회적 혼란·비용 등 걸림돌=9월 학기제는 교육의 세계화를 대비해 1997년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2007년, 2015년에도 검토됐지만 사회적 비용 등이 쟁점이 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한국의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학년도를 3월1일부터 시작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9월 학기제를 도입하려면 우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9월 학기제가 도입되면 다른 나라들과 학기가 일치해 유학 준비가 수월해진다. 여름방학이 늘어나 체험활동 등을 장려할 수 있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생기는 학업 공백도 줄어든다. 기업들은 국내 졸업생과 해외 유학생을 같은 시기에 채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신체발달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학연령을 6개월 가량 앞당기면 사회진출도 빨라져 생산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국내 학생은 약 2만명에 불과해 우리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군 입대나 입시 시기는 물론 각종 어학·기술 등 자격시험과 공무원 시험 일정도 조정해야 하며, 사회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입학을 6개월 앞당길 경우 첫 학년에 신입생이 두배로 늘면서 12년 간 약 10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신입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 교원과 교실이 더 필요하기때문이다.

또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9월 학기제 도입에 따른 재정 소요’ 자료에 따르면, 9월 학기제 도입시 446억원에서 3조809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첫번째 방법은 초·중·고 교육기간을 3월에 시작해 8월에 끝내는 식으로 예년 보다 6개월 앞당겨 종료한 뒤, 9월부터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는 식이다. 이 경우 2년 간 교육과정 개편 등을 준비하면 2023년에 9월 학기제 도입이 가능하며, 교과서 개발비와 검정 심사 등 비용으로 446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두번째는 2021학년도 9월에 초등학교 신입생을 추가로 뽑는 방법이다. 이듬해 입학 예정 학생들을 6개월 앞당겨 입학시켜 9월 학기제를 시작하고, 이 학생들이 고교 3학년이 되는 2033년에 모든 학년 9월 학기제가 완성되는 식이다. 이 경우는 13년 간 총 3조8098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일본은 도입 ‘보류’…시사점은?=일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교 장기화로 초·중·고와 대학의 입학 및 개학 시기를 4월에서 9월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지만, 결국 내년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내년부터 9월 입학제를 도입할 경우 만 6세에서 7세5개월의 아동이 한꺼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거나 향후 5년에 걸쳐 1개월씩 입학 시기를 늦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이렇게 되면 유학생 교류 등에 이점이 있어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시적인 학생 증가에 따른 교실과 교직원 추가 확보 등 제도 변경을 위한 교육환경 정비에 최소 5조엔(약 57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일선 현장과 교육 행정을 맡는 지자체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9월 학기제가 국제화 추세에 부응하는 것은 맞지만, 제도 및 관행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가정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 증가와 사회적 혼란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올해 당장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인다. 법 개정은 물론 일선 학교의 혼란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9월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취학연령을 6개월 뒤로 미룰 수밖에 없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입학연령이 1년이나 늦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생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진지하게 논의를 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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