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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성추행 했지만 기억 안 나” 오거돈, 구속영장 기각돼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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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을 집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시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오거돈 전 부상시장의 구속영장이 2일 기각됐다. 법원은 사안이 중하나 오 전 시장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음을 기각 사유로 밝혔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유치장에서 나와 귀가했다.

조현철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 전 시장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증거가 모두 확보되고 피의자가 범행 내용 인정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반사항을 종합하면, 구속사유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오 전 시장은 입감되어 있던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8시간 만에 풀려나 자택으로 귀가했다.

세계일보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후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부산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다시 경찰서로 이동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오 전 시장은 오후 2시쯤 유치장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던 중 ‘혈압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요구해 응급실에서 1시간가량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고 돌아오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부산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법무법인 지석, 상유 등 변호인 4∼5인과 함께 출석했다. 그는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범행이나 말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혐의를 부인하진 않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 진술 내용이 전부 다 맞고 성추행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으나 어떤 성추행을 저질렀고 어떤 말을 했는지 등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확인하는 검찰 질문에는 전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오 전 시장의 변호인은 “부산시장을 지낸 피의자가 자존심 등으로 자신한테 불리한 건 기억하고 싶지 않고 실제 안 했다고 믿는 인지 부조화 현상일 뿐 혐의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오 전 시장 측은 특히 성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2건의 암 수술 진단서를 제출했고 일흔이 넘는 고령이라는 점도 재판부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치매 등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하는 서류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이유와 일련의 행동, 말 등을 미뤄볼 때 범행이 계획적이라고 반박했다. 오 전 시장은 ‘컴퓨터 시스템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오 전 시장이 겉으로는 혐의를 모두 시인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진정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있으며 범행 후 발언 등을 볼 때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의 혐의가 중대한 만큼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부산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여성 직원을 불러 강제로 신체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사퇴했다. 전담팀을 꾸린 부산경찰청은 여러 시민단체와 미래통합당 등이 고발한 7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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