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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과장님이 신입사원 머리카락 만지며 "느낌 오냐" 대법원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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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피해자도 장난, 위력행사 아냐"

대법 "피해자 우울증까지" 파기환송

신입사원을 상대로 음란물을 보여주며 성적(性的) 농담을 반복하고 머리카락을 만진 직장 상사의 행동은 추행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선일보

조선DB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기소된 A(4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과장 A씨는 지난 2016년 입사한 신입사원 B(26)씨에게 평소 성적인 농담을 자주 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컴퓨터로 음란물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A씨는 2016년 10월부터 한 달여 동안 사무실에서 B씨에게 “화장 마음에 들어요. 오늘 왜 이렇게 촉촉해요”라고 말하고, B씨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라고 묻기도 했다. 또 손가락 끝으로 A씨 어깨를 톡톡 두드려 놀라서 돌아보면 혀로 입술을 핥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또는 “앙, 앙”이라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B씨는 이에 대해 “하지 말아라”, “불쾌하다”고 말했지만, A씨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B씨에게 퇴근 직전 업무 지시를 해 야근을 시키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떠넘기기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 직장 내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다는 점, 사무실 구조가 개방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행동이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의사에 명백히 반한 성희롱적 언동을 한 것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일반인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 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라며 A씨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B씨의 항의에 ‘업무 떠넘기기’로 대응한 점도 참작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1,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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