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7 (목)

[르포] 익산에 가면 수소연료전지 미래가 보인다… 두산퓨얼셀 공장 가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대학병원, 초·중·고 등이 밀집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신시가지 한쪽에는 연료전지 70대가 모여있다.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발전소 ‘부산그린에너지’가 그것이다. 부산그린에너지는 해운대 신시가지 전력 사용량의 76%를 책임질 정도로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 약 4만2000여 세대에 연간 25만MWh의 전력을 제공하고 있다.

얼핏 보면 주민들이 꺼릴만한 에너지 생산시설이지만, 이제껏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은 없었다. 전기 생산과정에 소음이 적고 대기오염물질도 거의 내뿜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기생성시 나온 열에너지를 난방에 활용할 수 있어 주민들은 난방비 절감 혜택을 누리고 있다. 신도시 주민들은 연간 약 76억원의 난방비를 절감하고 있다.

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소는 부산 해운대 도심뿐 아니라 경기도 분당·동탄 등 신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여의도 파크원 등 도심 한가운데 있는 빌딩 지하에서도 연료전지가 가동된다. 먼 훗날의 에너지원으로만 느껴지는 수소에너지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 연료전지, 미세먼지 잡고 전기·열 만든다… 온천·냉동창고에도 활용 가능

연료전지는 수소,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설비다.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지 않고, 공기를 빨아들여 미세먼지를 걸러내 공기정화 효과를 낸다.

연료전지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전북 익산시 두산퓨얼셀 공장에서 본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겉모습은 마치 컨테이너 박스 같았다. 가로 8.3m, 세로 2.5m, 높이 3m로 여러대가 놓여있어도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 연료전지는 태양광보다 6배 많은 발전량을 내지만, 설치면적은 300분의 1에 불과하다. 컨테이너 같은 연료전지 1기가 생성하는 전력은 연간 440kW(킬로와트)로 총 400여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최대 설비용량 대비 평균발생전력을 뜻하는 설비이용률도 95%로, 풍력(26%), 태양광(17%)에 비해 높다. 기후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 풍력 발전과 달리 365일 내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데다 도심에 설치할 수 있어 전력 손실이 적은 편이다.

문상진 두산퓨얼셀 상무는 "대기오염 개선, 정전손실 회피, 미세먼지 제거 등을 따져보면 연료전지 1MWh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16만원 가량"이라며 "도심 인근 주거지역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온천, 스마트팜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정책에 힘 받는 수소 경제… 낙수효과 기대하는 연료전지 기업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발전용 연료전지의 설치규모를 2022년까지 1.5GW로, 2040년까지 15GW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조선비즈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두산퓨얼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 업계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침에 힘입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도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해 연료전지 사업을 강화 중이다. 포스코(005490), 두산(000150), SK(034730)등은 지난해 연료전지 부문을 떼어내 전업 기업을 설립하고, 연구개발·설비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퓨얼셀은 현대차, KT 등과 협력을 도모하며 사업 확대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중국·인도 국외 진출, 수소충전소 사업,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 등 장기성장동력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수소경제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료전지 분야는 한국이 글로벌 보급량의 4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발전시장인 데다 국산화율이 높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의 제조·서비스·설비 관련 협력업체는 2014년 10개 이하에서 현재 300개사로 늘어났고, 부품 국산화율(1차 협력업체 구매액 기준)도 98%에 달한다.

산업용소음장비 제조업체 엔알텍의 이진용 전무는 "두산퓨얼셀에 소음저감장치를 공급하면서 매출액이 3년 만에 30억원가량 성장했다"며 "정부가 화석에너지 중심 정책에서 신재생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어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