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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설] 시행령으로 족쇄 채운 데이터 3법, 기업들 범법자 만들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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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입법예고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에 데이터 활용 발목을 잡는 족쇄가 대거 포함되면서 입법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웠던 개인정보를 활용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개인정보 이용과 제공 기준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산업계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14조 2항'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추가적인 이용·제공 기준을 명시하며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 침해 방지, 가명 처리 의무 등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법보다 더 엄격하고 구체성도 떨어진다.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대가 컸던 업계에서는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규정인 GDPR보다 더 까다롭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데이터 결합을 정부가 지정한 특정 물리적 공간에 가서 분석하도록 공간을 제한한 조항도 언택트와 클라우드가 대세인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다. 가장 핵심인 가명 정보에 대한 범위도 논란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이달 말까지 행정예고를 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정보를 가명 정보로 볼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담기지 않아 산업계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데이터 3법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이고, 한국이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추진됐다. 법이 통과됐는데도 주무 부처가 과도한 시행령으로 발목을 잡아 데이터 활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렇게 모호하고 엄격한 시행령에 근거해 개인정보를 활용했다가 자칫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보니 기업들도 엉거주춤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조사 결과 국민 77.4%가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국민도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가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신산업이 혁신의 날개를 펴기 힘들다. 가명 정보에 안전 조치를 확실히 하되 데이터 3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논의를 거쳐 시행령 세부 내용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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