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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매경 CEO특강]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 한양대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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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솔직해져야 합니다. 예술도 결국은 다 돈이죠. 예술하는 사람들이 돈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하기에 일부러 꺼내는 측면도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예술은 가난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 CEO 특강에서 "너무 '돈'에 치중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65)은 이렇게 답했다. 그 말마따나 100분간 이어진 강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예술로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날 강연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유 사장은 관객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티스트의 예술관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오페라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수백 년 전 유럽 얘기를 갖고 외국어로 전달하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로서도 관객이 좋아할 만한 작품에 눈이 가게 마련"이라고 했다.

모범 사례로 2005년 국립극장에서 초연해 15년 넘게 공연해오고 있는 뮤지컬 '빨래'를 들었다.

예술의전당에 오기 전 동양예술극장 대표를 지낸 유 사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양예술극장 객석을 꽉 채워 공연하면 연 매출 20억원이 넘는데 '빨래'가 그랬다"며 "상장기업으로 치면 주가가 치솟는 '대박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예술가들이 한껏 재능을 펼치기에 한국은 너무 좁다"며 "한국에서 1~2시간 거리에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도시가 수십 개 있는 중국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우 송중기 광고 출연료가 40억원이고, 배우 량차오웨이 영화 출연료가 70억원"이라며 "중국에는 대박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훌륭한 우리 예술을 알리는 전문가도 많이 나와야 한다"며 예술 산업에 있어 경영, 유통 등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2018년 서정 CJ CGV 대표가 전 세계에 스크린 1만개를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실현되면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공연 실황 등을 배급할 수 있는 훌륭한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유 사장은 설명했다.

인생 선배로서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뒤 연극, 영화, 무용 공연 기획, 펀드매니저, 경영자 등 다양하게 살아온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그는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인생의 경쟁력이 됐다"고 했다.

배우 문성근 등과 함께 결성했던 '열심히 하는 연기자 모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계 뒷얘기도 이날 강연을 통해 공개했다.

유 사장은 "1990년대 재능 있는 많은 배우가 가난을 못 버티고 연극계를 떠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며 "이 모임은 원래 연극배우 출신인 송강호, 설경구, 강신일, 안석환 등이 영화·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애정 가득한 강의에 학생들 질문이 이어졌다. 약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예술에 뛰어든 걸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시련과 역경을 겪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했기에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어떤 쪽을 좇아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유 사장은 시기별로 나눠서 답변했다. 20대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다양하게 해보길 권했다. 30대에는 진짜 좋아하는 걸 정한 다음 10년간 전문성을 쌓으라고 했다. 이후 40~60대에는 저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쳐 가라고 조언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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