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선자가 매매 중개' 기사, 바비큐파티 사진
'할머니들이 꿈만 같다'라고 발언한 내용 등
펜션으로 사용된 이용기록 등 잇따라 삭제돼
野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지난 2013년 11월 25일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개소식 당시 기념사진.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맨 뒷줄 제일 오른쪽)가 윤미향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뒤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에게 이곳을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표의 남편 김삼석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수원시민신문에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맨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안점순·김복동·이순덕 할머니./안성신문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가 기부금으로 매입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기존 용도와 다르게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후 관련한 ‘온라인 흔적’들이 잇따라 삭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 남편인 김삼석씨가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은 2013년 11월 27일 작성한 ‘정대협, 안성에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새 둥지 마련’이란 기사를 삭제했다. 김씨가 직접 작성한 이 기사는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에 자리한 쉼터를 매입을 당시 안성신문 이규민 대표가 중개(仲介)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금호스틸하우스(건설사) 김모 대표가 집을 지었고, 당시 해당 언론사 대표였던 이규민 당선자가 중개한 결과 정대협이 이 쉼터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김씨 기사에는 개소식에 참석한 고(故) 안점순·김복동 할머니 등이 “수십년 간 집 한 칸 없이 살다가 이런 쉼터가 생겨나 꿈만 같다” “우리 일이 빨리 해결이 나야 여기 와서 살지 않겠느냐”라고 발언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개소식 이후 7년간 이 쉼터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한 적이 없고, 윤 당선자 부친이 홀로 거주하면서 관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수원시민신문은 해당 기사를 지웠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접하기 전에 사전차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다른 온라인 공간에는 윤 당선자 남편인 ‘김삼석 기자’가 작성한 내용이 남아있는 상태다.
2016년 7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안성 펜션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엔 이곳이 '안성 펜션' 이라고 지칭돼있다. 글쓴이는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곳인데 평소에는 펜션으로 쓰여진다나봐요'라고 적었다. 이 글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됐다./조선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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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가 아니라 펜션과 비슷한 용도로 활용됐다는 ‘안성 펜션에 다녀왔습니다’ 제하의 블로그 글도 최근 비공개로 전환됐다. 당초 글쓴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곳인데 행사로 종종 쓰이고 평소에는 펜션으로 쓰인다나 봐요” “나라와 기업에서 지원받아 지어진 건물 같은데 ㅎㄷㄷ(후덜덜)하게 좋더군요”라고 썼다. 또 위안부 할머니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사진도 덧붙였다. 이 글에 펜션의 위치를 묻는 댓글이 달리자 글쓴이는 윤 당선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펜션의 주소를 답글로 달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본지가 이 내용을 보도하자 해당 블로그 글이 볼 수 없는 상태로 바뀐 것이다.
경기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에 있는‘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정의연은 이 쉼터를 펜션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윤미향당선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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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흔적 지우기는 “(정의연) 활동에 대한 공격은 친일(親日)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던 그간의 범여권 반응과 대조적이다. 정의연은 지난해 1월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등으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을 좌파 시민단체 자녀들에게 지급한 것에 대해 “뭐가 문제인가”라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윤 당선자가 위안부 쉼터로 ‘가족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마당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뒤에서 잇속을 챙겨도 괜찮다면 우리 사회 시민단체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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