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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특집] 성철 스님 '자기를 바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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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1982년 부처님오신날 법어

불교 가르침 정수 쉽게 설명하고

이례적으로 직접 육성 녹음까지

오는 4월 30일은 불기(佛紀) 2564년 부처님오신날이다. 그러나 오색연등과 참배객들로 가득해야 할 사찰들은 아직 고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문이다. 공식 봉축법요식도 1개월 미뤄져 불교계의 시계는 멈춘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감로수 같은 큰스님의 법문이 더욱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다.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성철(性徹·1912~1993)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쉬운 우리말로 설명한 법문으로 유명했다. 198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발표한 법어 ‘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힙합 음악의 랩처럼 ‘자기를 바로 봅시다’란 구절을 반복하며 불교 가르침의 정수를 쉽게 풀어 설명한다. 마침 성철 스님은 이례적으로 이 법어를 직접 육성 녹음으로 남겨놓았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법어 전문(全文)을 스님의 육성과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조선일보

성철 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합니다.
설사 허공이 무너지고 땅이 없어져도 자기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유형, 무형 할 것 없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자기입니다.
그러므로 반짝이는 별, 춤추는 나비 등등이 모두 자기입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모든 진리는 자기 속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기 밖에서 진리를 구하면,
이는 바다 밖에서 물을 구함과 같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영원하므로 종말이 없습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종말을 걱정하며 두려워하여 헤매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본래 순금입니다.
욕심이 마음의 눈을 가려 순금을 잡철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나만을 위하는 생각은 버리고 힘을 다하여 남을 도웁시다.
욕심이 자취를 감추면 마음의 눈이 열려서,
순금인 자기를 바로 보게 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아무리 헐벗고 굶주린 상대라도 그것은 겉보기일 뿐,
본모습은 거룩하고 숭고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불쌍히 여기면, 이는 상대를 크게 모욕하는 것입니다.
모든 상대를 존경하며 받들어 모셔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현대는 물질만능에 휘말리어 자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큰 바다와 같고 물질은 거품과 같습니다.
바다를 봐야지 거품은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 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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