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북·울산 지급계획 철회…
서울·전주·군산 기존계획 유지
이재명 “이제와서 부담 전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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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 9조1천억원 가운데 2조원을 지방정부가 부담하게 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와 충북도 등은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유로 기존에 발표한 재난소득 지급 계획을 철회하는 등 지방정부의 잇단 ‘상생 실험’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애초 중위 소득 100% 이하 가구에 366억원을 들여 한명당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했으나 이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부 요구에 따를 경우 457억원의 재정을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자체 계획을 보류하고, 계획한 예산에 90여억원을 보태 정부 계획을 따르기로 했다.
충북도 역시 자체 재난소득 지급 계획을 접었다. 도는 1055억원을 들여 중위 소득 100% 이하 저소득 가구에 40만~60만원씩 지원하는 ‘충북형 긴급 재난 생활비’를 지급하기로 했으나 방침을 바꿨다. 한순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것과 성격이 같은 돈을 중복 지원할 수 없어서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도 38만명의 전 주민에게 1명당 5만원씩의 재난소득을 지급하려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관련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대구와 경북도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태도다. 특히 강원도 등 이미 예산을 들여 소상공인 등에게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 지방정부들은 “정부가 재난지원금 보전 약속을 어기고 재정 부담을 떠넘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전북 군산시는 기존 재난소득 지급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를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 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안이 확정될 경우 추가로 더 필요한 차액을 보전할 계획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빨라야 5월 중순께 지급될 수 있는데, 우리는 선불카드 제작이 끝나는 4월 중순에 바로 보편적 재난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한시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소득을 일괄지급하기로 한 경기도도 기존 계획을 유지할 방침이지만, 정부 지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정·청 합의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하면 추경으로 보전해주겠다며 재난 지원을 독려하더니, 이제 와서 정부 재난지원금 중 20%를 지방정부에 부담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홍용덕 신동명 오윤주 김기성 구대선 박수혁 이정규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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