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회복이 어려운 국제 유가
이에 국제 유가가 폭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30달러가 무너지고 한술 더 떠서 20달러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상품도 덩달아 위기에 빠졌다. 유가 하락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가 기초자산 DLS 손실 위험에 빠지다
DLS는 파생결합증권(Derivative Linked Securities)으로 주식이나 이자율, 통화(환율), 신용위험지표(기업 신용등급의 변동, 파산 등), 실물 자산(금, 원유 등)ㆍ원자재ㆍ날씨ㆍ파산발생 여부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가격에 투자를 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특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특정 범위를 벗어나게 됐다. 물론 해당 범위를 벗어났다고 해서 바로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다. 만기가 도래했을 때만 반영이 되기 때문에 해당 범위를 벗어났어도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주로 DLS 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유가에는 브렌트유(Brent,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WTI(미국 서부 텍사스유)가 있다.
27일 기준으로 이들 유가의 최근 3개월 간 시세를 살펴보면 브렌트유는 올해 1월 6일 배럴당 68.9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번 3월 초까지는 50달러대를 유지하며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계속 떨어지더니 지난 18일 배럴당 24.88달러에 이어 27일(현지시간)엔 24.67달러까지 하락했다.
WTI도 최근 3개월 간의 시세를 살펴보면 올해 1월 6일 63.27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지난 16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30달러가 깨지고 말았다. 지난 18일에는 최저인 20.37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최근 3일 상승이후 이틀째 급락세를 보여 27일 4.8% 하락한 배럴당 21.51 21.51달러를 기록중이다.
국제 유가가 폭락한지 열흘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유가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의 투자자들은 긴 불안감에 연일 표정이 어둡다.
중도 상환 필요성은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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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월별 발행 규모(공모)는 지난해 7월 4724억원으로 최근 1년 간의 발행 금액 중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다 지난해 9월에는 281억원까지 줄었으며, 올해 1월 다시 1377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달인 2월에는 707억원으로 다시 줄었으며, 이번 3월의 발행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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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월별 발행 규모도 지난해 7월 5126억원으로 최근 1년 중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9월에는 345억원까지 발행 규모가 줄었으며, 올해 1월 2025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달인 2월에는 1506억원으로 줄었으며, 이번 3월에는 96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가 하락에 따른 DLS 투자자들의 중도 상환 규모는 딱히 늘어나지 않은 상태다. ELS(주가연계증권)의 경우는 주가 폭락에 따른 손실 우려로 중도에 상환한 투자자들이 소폭 늘어 비교된다.
이에 황병진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 부장은 "단기에 만기될 가능성이 없어 그런 것 같다"며 "따라서 중도 상환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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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 증권사, 3월 손실 위험 가능성 822건 안내
현재 증권사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DLS 상품의 손실 위험을 연일 고객들에게 알리는 중이다.
27일 기준으로 이번 3월에 발생한 주요 증권사들의 DLS 손실 위험 안내 현황을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는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34개에 대해 하방배리어를 터치했다며 손실 위험이 발생했음을 안내했다. 브렌트유의 경우는 20개의 상품이 해당됐다.
한국투자증권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154건,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159건에 대해 원금 손실 위험을 고지했다.
NH투자증권은 DLS상품과 관련해 손실 위험이 있다고 알린 건수는 무려 총 294건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거의 대부분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삼성증권의 경우는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46건,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36건에 대해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안내했다.
하나금융투자는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각각 1건씩 총 2종목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알렸다.
KB증권은 경계 기준 가격 미만 하락 공지를 통해 총 40개의 DLS 상품에 대해서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품이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총 37건의 DLS 상품에서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공지했으나,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지영근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부 차장은 "DLS 시장이 ELS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의 경우 자체 헷지 비중도 크지 않아 증거금 추가 납부 등과 관련한 증권사들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ELS의 총 발행 잔액은 48조8460억원이며, DLS 발행 잔액은 총 15조1377억원이다.
지영근 차장은 "유가가 하루에 30%나 하락하는 날도 있었다"며 "현재 유가 하락으로 대부분의 DLS 상품에서 낙인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낙인 발생이 앞으로의 손실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지난 2016년에는 지수 급락에 따른 낙인 규모가 3조원가량이었으나 그 중 93%는 수익상환됐다"며 "이번에도 다음 차수 때 조기 상환될 지, 혹은 만기 때 수익 상환될지, 아니면 손실 상환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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