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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상하이 시장, 확진자 급증한 날 "마스크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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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간부, 마스크 없이 회식하는 사진 홍보

섣부른 '방역 전쟁 승리' 선포라는 지적 이어져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사망자 수가 축소 발표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마스크 벗기’ 캠페인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22일 중국 상하이·산둥성 등 지방정부 지도부가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벗으며 방역 전쟁 승리를 선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자 국민들을 진정시켜 사무실과 거리로 나오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상하이 부시장, 확진자 급증한 날 마스크 벗어
상하이에서는 지난 20일 우칭 부시장이 외국계 금융기관 5곳이 공동 개최한 행사에서 마스크를 벗고 연단에 섰다. 우 부시장은 “지난 20일간 시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상하이는 현재 매우 안전한 곳”이라며 “내가 이렇게 (마스크를 벗는 행위를) 하는 이유는 여러분에게 믿음을 주고, 상하이와 세계에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시장의 말에 행사장의 초청객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벗었다. 행사 말미 10여명이 함께 한 기념 촬영도 마스크 착용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상하이의 신규 확진자 수는 3월 이래 가장 많은 9명이었고, 다음날에는 14명으로 급증 추세를 보였다.
산둥성 지난시에서도 지난 21일 정더옌 부시장이 시 콜센터 홍보 행사에서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왜 제가 마스크를 안 썼는지 알려주겠다”며 “공기 잘 통하고 사람 간 거리가 1m 이상이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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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장쑤성 롄윈강에서 성 간부들이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중국장쑤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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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실외에서 마스크 벗어라”
중국의 지방정부 지도부가 갑작스레 마스크 벗기 운동에 나선 이유는 중앙정부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과학적인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에서 집 안, 실외, 사람이 모여 있지 않은 곳,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마스크를 벗으라고 권고했다. 더 이상 코로나 공포에 질려 있지 말고 마스크를 벗고 일상 생활에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지도부가 함께 모여 회식하거나 마스크 없이 회의하는 사진도 속속 공개하고 있다. 20일 하이난성 션샤오밍 성장은 중국 최대 여행사 중 한 곳인 씨트립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18일 장쑤성 롄윈강 건설 현장을 방문한 러우친젠 성 당위서기(장쑤성 1인자)는 이틀간의 일정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충칭시·쓰촨성·안후이성 등 10여개 지방정부의 간부들은 마스크를 벗고 지역 식당에서 회식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나 정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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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성 간부들이 이달 중순 건설 현장에서 마스크 없이 브리핑을 듣고 있다./ 하이난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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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우려 커져
바이러스가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억 명이 마스크 없이 사무실과 거리로 나오면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22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9명에 불과해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보건당국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증상이 없는 사람은 신규 확진자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계가 사실이라고 해도 중국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해외에서 유학 중인 160만 중국 학생들의 귀국 붐이 불고 있어 코로나 역유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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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21일 주민들끼리 마스크 착용 지침을 두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커쉐셩인 캡처


중국 정부의 ‘마스크 벗기’ 캠페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22일 유튜브 ‘커쉐셩인’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중국의 아파트 입구에서 관리소 직원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이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남성은 국무원 문건을 내밀며 “정부 지침에 따르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왜 간섭하느냐”라고 했지만 관리소 직원은 “그러다가 우리 아파트 모두가 위험해진다”며 만류했다. 23일 중국 웨이보에서는 “베이징에서는 매일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 불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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