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1호로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청원이 최근 '본회의불부의'로 결정 났습니다. 본회의불부의란 국회 본회의에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청원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처음 언론보도로 드러난 이 사건은 독일의 모바일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에 여러 개의 대화방을 만들어 여성들의 성적행위를 판매하고 유포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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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단순 음란물 유포행위로 볼 수 없는 것은 말을 듣지 않으면 신분을 노출시키겠다는 협박을 통해 미성년자 등에게 강제적으로 음란물을 찍게 했기 때문인데요. 미성년 여성들의 음란물을 보기 위해 무려 26만명이나 되는 가해자들이 돈을 주고 텔레그램 N번방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밝혀져 충격을 줬죠.
지난 4일 텔레그램 N번방 청원에 대해 본회의불부의 결정을 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성폭력처벌법)에 청원 취지가 반영됐으므로 해당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요.
# 1호청원 N번방… 청원반영 미흡 지적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은 텔레그램 N번방 국회청원의 '일부'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가 국민동의청원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텔레그램 N번방 청원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양형기준 설정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중 성폭력처벌법에 반영된 내용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양형기준 설정 1개 뿐입니다.
개정안은 사람 신체 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 또는 반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또 영상물 등을 영리목적으로 배포하면 가중 처벌하는 내용도 담았는데요.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로 알려진 피해자의 얼굴이나 특정 신체 부위를 편집·합성·가공한 허위영상물의 제작과 유포에 대한 처벌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입니다.
국회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 대해 기본소득당은 23일 "개정안에 새로 포함된 처벌 규정은 '딥페이크' 등 합성 기술에 대한 내용밖에 없다"며 "청원 내용에 있던 수사기관내 디지털성폭력 전담부서도, 2차 가해 방지를 포함한 대응 매뉴얼도, 엄격한 양형기준에 대한 내용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청원은 국회가 지난 1월 처음으로 도입한 온라인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의 1호 청원입니다. 그럼에도 국회는 국민의 청원 내용을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셈입니다.
# 20대 국회 끝자락에 'N번방' 재발방지 개정안 발의
오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대 국회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의 재발방지를 위한 개정안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8명은 23일 ▲성폭력처벌법 ▲형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 5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보다 더 강화한 내용들을 담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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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본인이 본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의 불법 유포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기존 성폭력처벌법에서는 본인이 본인의 몸을 촬영한 사례는 처벌할 수 없었는데요. 개정안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신분노출 등 협박에 의해 강제적으로 피해자가 자신의 몸을 직접 촬영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처벌 범위를 넓혔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허점을 보완한 것이죠.
형법 개정안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입니다. 현행 형법에서도 협박죄와 강요죄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지만 불법으로 성적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심각한 인격권 침해로 보고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겁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불법촬영물이 유포된 환경을 관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적극적 조치를 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현재는 특정 사이트에서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도 이에 대해 사이트 운영자가 적극적으로 조치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유포행위가 발생해도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죠.
백혜련 의원은 "입법이나 법 집행에 있어서 지금껏 법무부, 법원의 태도가 피해자 중심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며 "디지털 성범죄 발본색원을 위해서는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20대 국회 임기는 두 달 남짓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국회가 텔레그램 N번방 재발금지 법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4.15 총선 이후 새롭게 시작할 21대 국회는 국회 1호청원인 텔레그램 N번방의 청원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향후 입법활동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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