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기업’ 선언·미래지향적 브랜드 감성 구현 목적
완성차 업체들은 변모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에 적극 대응하는 회사로서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해 엠블럼 교체에 따르는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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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코노믹리뷰> 취재 결과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기아자동차, 폭스바겐, 아우디, BMW, 닛산 등 완성차 업체 5곳이 작년 이후 회사 엠블럼을 바꾸거나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BMW, 닛산 등 4곳은 작년 이후 새로운 엠블럼을 신차나 제품ㆍ서비스 홍보용 컨텐츠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1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고객에게 미래 사업 체제를 갖춘 회사의 모습을 인식시키기 위해 회사 로고 등 디자인 분야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같은 날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등 분야를 미래 사업의 2대 주축으로 제시했다.
이들 업체가 로고를 바꾼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 구조가 단순 제조업에서 이동 서비스업(Mobility as a Service)으로 바뀌는 추세가 담겼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완성차 제품의 품질을 꾸준히 강화해나감에 따라 현재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자동차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 간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단순히 값싸고 잘 나가는 차만 만들어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mobility)을 활용한 각종 형태의 서비스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배출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내연기관차들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친환경차도 완성차 업체의 미래 먹거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맥킨지앤컴퍼니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로드맵’이라는 자료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공유, 친환경차 등) 현재 자동차 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요소들은 자동차 산업을 변모시키고 자동차의 기존 개념을 대체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는 완성차 업체가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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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로고, 눈에 잘 띄고 응용하기 쉬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교체한 엠블럼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그래픽을 기존 3차원 입체형에서 2차원 평면형으로 교체한 점이다. 2D 디자인으로 교체된 로고들은 3D 디자인에 비해 입체감이 떨어지고 구조는 단순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은 2차원 로고의 간결함과 직관성, 응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체들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 3차원 브랜드 로고가 범람하는 가운데 2차원 이미지가 현대적인 감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업체들이 줄이어 2차원 로고를 도입함에 따라 평이한 형태의 로고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각 완성차 업체들이 SNS 공식 계정에 올린 신규 로고 컨텐츠에는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순수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등 호평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로고를 바꾼 완성차 업체들은 신규 로고를 컨셉트카에 가장 먼저 부착해 선보임으로써 기업의 미래지향적 감성을 도모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별 신규 로고가 가장 처음 붙은 차량인 폭스바겐 ID.3, 닛산 아리야 컨셉트카, BMW i4 컨셉트카 등 모델은 이날 현재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량들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해당 모델들을 미래차 시장에 야심차게 선보일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시장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새 로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매체 지그휠즈(ZIGWHEELS)는 닛산의 신규 로고에 대해 “닛산은 십중팔구 미래 전기차를 위시한 새 디자인 철학을 신규 로고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활용성’도 2차원 로고의 쓰임새를 강화하는 요소다. 신규 로고는 간결한 디자인을 갖춘 동시에 완성차 업체명이나 최소한의 이미지를 제외한 영역이 투명하게 구현돼 있다. 이 같은 투명성을 갖춘 로고는 그 자체로 높은 시인성을 갖춘 동시에 완성차, 컨텐츠 등 응용 대상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BMW는 인스타그램의 공식 계정에 2차원 신규 로고를 활용한 영상 컨텐츠로 61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르크 미엘라우(Mark Mielau) BMW 브랜드ㆍ마케팅ㆍ고객전략 부문 사장은 디자인 전문매체 디자인 위크(designWEEK)와의 인터뷰에서“유연적인(flexible) 특성을 갖춘 BMW 신형 로고는 고객들 눈에 띌 것”이라며 “또 고객들과 상호작용(interaction)할 수 있고 스스로 환경에 스며들어 한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완성차 시장의 경쟁 우위 관건으로 모빌리티 사업과 우수한 제품 디자인이 꼽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로고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로고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다’라는 선언을 한 셈”이라며 “또 기술 평준화한 자동차 시장에서 제품 선택의 우선순위로 꼽히는 디자인을 로고에서부터 혁신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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