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해외공장 셧다운과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되자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자율 재택근무를 23일 중단했다. 다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출근 시간 범위를 오전 8~10시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로 넓히고, 필수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없애는 유연근무로 전환한다. 직원들에게는 하루에 5시간 이상, 주 40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되고, 단체회식과 대면회의는 계속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회사는 최근 미주와 유럽까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미국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체코 공장, 슬로바키아 공장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지난해 공장별 생산량은 앨라배마 공장 33만5500대, 조지아 공장 27만4000대, 체코 공장 31만대, 슬로바키아 공장 34만대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부문별 협업을 강화해서 사업운영 차질을 예방하는 동시에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분산해 직원 접촉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23일부터 재택근무를 중단한다. 임산부나 기저질환자 등 일부 직원만 빼고 모두 정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지난달 25일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해 온 SK텔레콤은 원래 23일부터 이를 해제하고 근무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 체제를 가동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달 말까지 현행 체제를 연장키로 했다. 이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메시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위기를 맞은 SK이노베이션은 31일까지 재택근무 체제를 연장했지만 책임자와 필수인력들은 정상 출근하고 있다. 재택근무자도 근무시간을 연장하며 비상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예상 매출은 10조5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8302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지주나 다른 계열사도 대부분 이번 달 안에 정상근무 체제로 돌아설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참여하는 비상경영회의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23일부터 재택근무 자율시행제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임직원이 번갈아 집에서 근무하는 2부제 형태의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해왔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부서별 자율 재택근무제를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코로나 초기부터 재택근무 없이 정상근무 체제를 유지 중인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처음부터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만 가동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4월 초까지는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감소하고 있지만 집단시설이나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 발생이 지속하고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며 “온라인 또는 재택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유연한 근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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