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지난해 결핵 신규환자 9.9% 큰 폭 감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후진국형 전염질환인 결핵 환자가 국내에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신규환자 수가 8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국 가운데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여전히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결핵 환자는 총 2만3821명(인구 10만명당 46.4명)으로 2018년 2만6433명(10만명당 51.5명)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국내 연간 신규 결핵 환자는 지난 2011년 3만955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해마다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0%가량 신규 환자 수가 줄어든 건 최근 10년 간 전년 대비 최대폭 하락이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65세 이상 노인 결핵 환자 수는 지난해 1만1218명으로 2018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고령이나 암 등 면역저하 기저질환 증가로 전체 결핵 신규 환자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47.1%로 전년도 45.5%보다 증가했다. 또 복약 기간이 길고 약제 부작용으로 인해 결핵 치료나 관리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는 68명으로 전년보다 17명 더 늘었다. 다제내성 결핵은 이소니아지드·리팜핀을 포함한 2개 이상의 항결핵 약제에 내성이 있는 질병이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의료급여 수급권자 가운데 결핵 환자는 2207명(10만명당 148.7명)으로 건강보험 가입자 2만1221명(10만명당 41.6명)보다 3.6배 더 많았다. 질본이 지난해 8~10월 국내 일부 쪽방촌 지역을 대상으로 결핵 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쪽방 거주자의 결핵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무려 12배나 높았다.

질본이 해당 검진사업에 참여한 483명을 상대로 흉부 X선 검사(482명)와 객담 검사(141명)를 실시한 결과 3명의 결핵 환자가 발견됐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로 따지면 621명으로 일반 인구(51.5명)의 12배가량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결핵 환자 3명은 결핵 외에도 당뇨병 등 지병과 시각장애, 우울증약 복용, 알코올 중독 등을 동반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은 결핵 과거 이력이 없는 환자로 광범위 약제내성으로 진단됐다.

3월 24일이 세계 결핵 예방의 날이지만 국내 결핵 환자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이다. OECD 소속국 가운데 지난 2018년 신규 환자가 아닌 국내 전체 결핵 환자의 인구 10만명당 분포는 66명으로 2위 리투아니아(44명)나 3위 라트비아(29명)보다 많고 OECD 평균(11.7명)보다도 월등히 많다.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8명으로 2위를 기록해 1위 라트비아(5.6명)보다는 낮지만 다른 3~4위 국가(2.5~2.9명)의 2배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결핵균이 몸 안에 있지만 면역기전에 의해 억제돼 증상이 없는 상태인 '잠복결핵'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잠복결핵 감염자의 10% 정도는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는데 그 중 50%는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평생 중 언제든 면역력이 감소하는 때에 발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르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잠복결핵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애린 GC녹십자의료재단 전문의는 "혈액검사를 통해 T림프구 면역세포를 결핵균의 특이 항원과 반응시킴으로써 수검자가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그같은 최신 검사법의 확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쪽방촌 거주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검사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4월부터 전국 65세 이상 의료급여 수급권자 17만여 명과 노숙인·쪽방촌 거주민 1만8000여 명 등 취약계층에 대해 총 69억원의 예산을 들여 결핵검진 사업을 시행할 것"이라며 "이 중에서 발견된 환자는 취약계층을 전담 치료하는 결핵안심벨트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