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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뒤바뀐 갑을관계? 정부, 금융사에 연일 "만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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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들 좀 만나주세요"

이달 들어서만 다섯 번째…문턱 닳는 명동 은행연합회관

채권·증시 안정펀드 등 27조원 돈 내달라

“요즘 갑을(甲乙) 관계가 좀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DLF(파생결합펀드)랑 키코 배상하라고 몰아치더니, 요즘은 정부가 은행들 눈치 보는 시즌이에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이 연일 북새통이다. 정부와 금융기관장들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는 이곳에선 많아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은행장 정기 모임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이달 들어선 문턱이 닳고 있다. 정부가 은행 등 금융권에 자금 지원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2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3일에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은행장들을 또 불렀다. 6일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재차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등 6개 금융협회장을 은행회관에 소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피해를 입은 사업자들에게 신속한 금융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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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은행권 간담회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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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은 위원장이 8개 은행장을 은행연합회에서 만났을 때는 본격적인 돈 얘기가 오갔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가 마련 중인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역시 1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증권시장 안정펀드, 채권담보부증권(P-CBO) 6조7000억원 등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정부가 당부했다. 정부는 금융권이 마련할 대규모 펀드를 포함하는 총 50조원 규모의 금융대책을 발표했다.

23일 오후에도 은성수 위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남을 갖는데, 20일 만남에서 했던 얘기들이 구체화되는 자리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채권안정 펀드와 증시안정 펀드 조성을 위해 각각 2조 원씩 총 10조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꾸려졌는데, 이 중 8조원을 은행권이 갹출했었다.

다만 은행들로선 보증대출이나 저리(低利) 대출이 향후 부실화될 위험이 있고, 증시안정 펀드의 경우 손실부담도 있는 만큼 건전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금융사 건전성 규제 유연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받는 입장에서 갑을이 바뀌었다는 표현은 과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당국의 검사 부담이 다소 느슨해진 느낌은 있다”면서 “큰 그림에서 볼 때 대출 부실이 심화되면 결국 우리로서도 부담이기 때문에, 당국의 시장안정 노력에 적절히 참여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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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피해기업 지원 간담회를 열었다./은행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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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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