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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광화문·뷰] 모두가 알고 모두가 눈감는 ‘金 여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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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씩 하는 與 인사들

앉으면 ‘여사 문제’로 한숨

정작 直言하는 이 없어

이게 ‘10월 위기설’의 본질

조선일보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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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한다. 2016년 탄핵 국면을 반추하면 윤 대통령 탄핵 소추는 여당 분열을 전제로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진영이 초토화되는 걸 지켜봤던 여당 의원들이 결코 같은 선택을 되풀이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권의 많은 인사도 같은 얘기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해 답답해하면서도 보수가 만든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당하게 할 순 없다고 했다. 제3자 관점의 분석이 아니라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서도 같은 생각이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쪽은 다른 각도에서 ‘탄핵’에 부정적인 기류다. “이대로 가면 집권이 확실한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과 변수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라는 속내를 내비친다. 절차적으로도 대통령 탄핵은 여당 의원들을 이탈시켜 200석 이상의 탄핵 소추안 가결 의석을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 행위’가 있어야 한다.

야권 일각에서는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무마 의혹’을 거론하지만 이에 대한 공수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여당 의원들도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에 찬성표를 던질 생각이 없다. 연말까지 민주노총과 농민단체, 좌파 단체들의 총궐기대회가 줄줄이 열리겠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물론 내달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라는 변수는 있다.

보수진영의 한숨이 점점 깊어지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탄핵은 아니라더라도 탄핵에 준하는 수준으로 남은 임기 내내 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하나의 문제로 모인다.

검찰은 지난 2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고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였다. 법리적으로 맞더라도 민심은 그렇지 않다. 한 고위 공직자의 아내는 남편에게 “내가 명품백을 받았으면 당신은 나보고 뭐라고 했을까”라고 했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처분도 남았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최근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황들이 기사화되고 있다. 거의가 문재인 정부 때 친문 검사들이 수사했을 때 확보했던 내용들이다. 당시 문재인 검찰이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하지 못했던 것은, 말 그대로 ‘정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그 ‘정황’에 대해 김 여사 측 소명을 믿지 않는 일반인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김 여사에 대한 야권과 좌파의 공격은 집요했다. 과장과 악의적 왜곡으로 얼룩졌지만 김 여사가 꼬투리를 잡힌 것도 있다. 대선 기간에는 좌파 유튜브매체 ‘서울의소리’ 측과 나눈 ‘7시간 통화 녹취록’ 내용이 공개됐고, 최근에는 선거 브로커와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보도되고 있다.

국정에 투입되어야 할 대통령실 기능의 일부가 김 여사 문제에 소진되는 악순환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시작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지금은 윤 대통령이 완수하려고 하는 의료·노동·연금·교육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수준까지 왔다.

이 정부에서 한 자리씩 맡은 사람들은 사석(私席)에서만 김 여사 문제를 걱정하는 것 같다. “제2부속실 설치는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거냐”, “대통령 비서실장은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나 빼고) 누군가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눈을 감는다. 쓴소리하면 밀어내는 용산에 팔할의 책임이 있겠지만, 이것이 대통령실을 둘러싼 현실이다. ‘10월 위기설’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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