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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2026년 주한 미군 한국 분담금, 내년보다 8.3% 늘어 1.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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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앞두고 협상 타결... 5년간 적용

1조원 넘은 후 6년 만에 1조5000억원대

1기때 5배 인상 요구했던 트럼프, 재집권 시 파기 가능성도

조선일보

이태우(오른쪽)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와 린다 스펙트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문에 가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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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부담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됐다. 외교부는 지난 4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시작, 8차례 협의한 결과 2026년 분담금 총액이 2025년 대비 8.3% 증가한 1조5192억원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주한 미군 주둔비 총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6.2%)에 주한 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우리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 관리 비용 증액 상승분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9차 협정(5.8%)보다는 높고, 2019년 제10차 협정(8.2%)과 비슷하며 2021년 제11차 협정(13.9%)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2019년 분담금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이래 7년 만에 1조5000억원대에 진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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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외교부는 이번 협상에서 11차 협정에 적용했던 SMA 연간 증가율 지수를 4%대의 국방비 증가율 대신 2%대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로 대체했다. 이에 따라 2027~2030년간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 지수 증가율이 반영된다. 연간 증가율 상한선(5%)을 재도입,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에도 대비하도록 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한 수리·정비 용역은 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해당토록 함으로써 미군 역외 자산의 정비를 지원해 온 관행도 없앴다. 군수 지원 분야에서 5개년 사업 계획 제출 요건을 신설,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계획된 사업의 변경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SMA는 2026년부터 적용되는데, 예전보다 약 1년 전에 협상을 시작해 5개월 만에 타결했다. 2019년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이 2020년 트럼프와 바이든의 미 대선 결과를 지켜본 후, 2021년 3월 1년 반 만에 타결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교부는 “제12차 SMA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타결된 것은 2026년도 관련 예산의 국회 심의를 보장하고, SMA의 안정적 이행을 담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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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가 열린 지난 5월 2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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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빠르게 타결돼 윤석열·바이든 정권 간의 강화된 한미 관계를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돼 혹시 새 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협상을 위한 기준은 필요하다”며 “우리 국회가 초당파적으로 내년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비준한다면 향후 재협상할 경우에도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특이하다고 할 정도로 방위비 문제에 꽂혀 있다. 집권 1기 때 방위비 5배 이상 증액을 요구하며 이를 주한 미군 철수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던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를 파기하거나 보복하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마크 에스퍼 전 국방 장관이 쓴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다루기 끔찍하다”며 주한 미군 철수와 연계해 여러 차례 압박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5월 대선 유세에서 이례적으로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견제에 나섰다. 그는 당시 미 뉴저지주 유세에서 “한국은 미국의 많은 산업을 빼앗아 갔다. 그래서 주한 미군 방위비를 (더)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서는 미 대선 향방을 지켜보면서 협상 타결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많이 나왔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올 초 “(미 대선 전에 타결되면)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합의를 번복할 가능성도 커서 우리 측의 협상 카드만 노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설혹 트럼프가 당선돼 이번 SMA에 불만을 가진다고 해도 이를 파기하려고 하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미 공화당 인사들도 한미 동맹을 중시, 트럼프 정권이 발족해도 함부로 SMA를 깨지 못할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외교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기존의 합의나 관행을 지키는 상식적인 정치인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우리 정부의 희망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이란과의 핵 협정도 가차 없이 깨버린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맺은 SMA 협정에 구속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를 지낸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의 경우 재임 시절부터 방위비 대폭 인상을 거듭해서 얘기해 왔는데, 굳이 미 대선 전에 협상을 타결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트럼프가 만약 재집권한다면 방위비 문제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가 난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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