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얼굴 필사적으로 가린 'n번방 박사'…8개월간 소름돋는 수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9일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 조모씨(별명 박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은 뒤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을 꼬드겨 음란물을 찍게 한 뒤 SNS로 퍼뜨린 ‘n번방 사건’. 그 핵심 피의자 ‘박사’가 활동 8개월가량 만에 검거돼 모습을 드러냈다.

박사 조모씨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그는 검은색 점퍼를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맨발로 슬리퍼를 신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후 30여 분 만에 심사를 마치고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n번방 사건 관계자 1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조씨 등 4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법원 인근에선 “박사 신상 공개하라”



같은 날 오후 2시 중앙지법 인근에선 여성 단체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조씨는 지난해 7월부터 미성년 여성 등에게 ‘고액 아르바이트 자리’ 미끼로 접근한 뒤 음란 사진·영상을 찍게 하고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으로 유포한 혐의다. 그는 대화방에 입장하는 남성들로부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분 먹이고 근친상간 시키고”



시민단체에 따르면 조씨는 피해자들에게 근친상간을 하게 하거나 인분을 먹게 하기도 했다. 또 나체 상태에서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 쓰게 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눈을 뒤집고 몸을 파르르 떨게 했다. ‘초대남’을 선정해 피해자들을 강간하게 하기도 했다. 박사를 포함한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은 피해자를 ‘노예’라고 불렀다. 박사는 피해자의 신체 일부에 칼로 ‘노예’나 ‘박사’라는 말을 새기게 하고 새끼손가락을 들게 했는데 ‘박사의 지시에 따른 것’을 나타낼 목적이었다.



“피해자 동원해 다른 범행도”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피의자가 돼 있기도 했다”며 “이들의 경우 범행에 가담한 자발성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조씨가 사전에 급여 지급을 핑계로 피해자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얼굴 사진 등)를 받아내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주변인에게 알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직적인 인신매매…살인자”



시민단체는 “금전 취득을 목적으로 미성년 여성 등을 타깃으로 삼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인신매매”라고 강조했다. 조씨를 포함해 단체대화방에 들어가 있던 수많은 남성(26만 명 이상 추정)에 대해선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한 살인자”라고 했다.

조씨는 어떻게 8개월 동안 경찰을 따돌리며 이런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텔레그램 메신저가 조씨의 장기간 범행에 도움이 됐다.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를 두기 때문에 압수수색 등이 어렵다. 특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기능도 돋보인다. 박사가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디스코드 등 다양한 메신저를 오가며 범행을 해 잡기가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화방 입장료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받은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대화방 참여자도 강력 처벌해야”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성착취 사진·영상 등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이뤄진다”며 “조씨 등 공급자뿐만 아니라 단체대화방 회원들도 매우 엄중하게 처벌해야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중·편광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