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國 방문한 진광 스님
20년치 일기 중 500여쪽 담은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 출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聖地"
펜화가 김영택씨는 짐짓 '악평'을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용감하다." 책으로까지 펴낸 것이 용감하다는 뜻이다. 진광 스님의 새 책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조계종출판사)다.
2013년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를 찾은 조계종 순례단을 그린 진광 스님의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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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여행광인 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의 '그림일기'다. 1998년부터 20여년 세계 100여국을 구석구석 배낭여행 하며 그린 그림을 추려 책으로 엮었다. 제대로 도구를 갖춰 그린 것도 아니다. 여행 중 잠자리 들기 전에 하루를 떠올리며 검정, 빨강, 파랑, 녹색이 한 자루에 묶인 4색 볼펜으로 다이어리에 쓱쓱 그리고 여백에 깨알같이 글을 썼다.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그 순수함과 천진함에 미소 짓게 만드는 '유치원생 그림'들이다.
길거리에서 1~2시간 만에 운동화를 빨아주고 우리 돈 1000원쯤 받는 에티오피아 청년 사업가, '풍문여고' 체육복을 입고 뛰노는 잔지바르의 청소년 등이 그림 속 주인공이다. 춘원 이광수 소설 '유정'의 무대인 바이칼 호수를 찾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취가 서린 월든 호숫가를 방문한다. 혜초 스님의 발자국을 쫓아 인도도 훑었고 빅토리아 폭포, 둔황 막고굴, 카일라스 산(山), 예루살렘 '통곡의 벽', 부탄 오지의 사원 등을 두루 여행했다. 특별히 불교와 인연이 없는 곳도 많지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성지(聖地)"란 생각에 순례하는 마음으로 다녔다.
그림은 때로 선(禪)을 닮았다. 지팡이 짚은 나그네 앞에 놓인 갈래길을 그리곤 ‘세상에 나쁜 길이란 없다. 이미 지나왔으며 어차피 가야 할 길이므로!’라고 적었다. 시루 속 콩나물처럼 사람이 빼곡히 앉은 케냐의 시외버스 지붕 풍경을 그린 그림에는 이렇게 썼다. “어느새 흙먼지를 뒤집어쓴 나는 아프리카 형제자매들과 하나가 된다. 두 눈동자와 치아만이 희고 빛난다. 검은 것이 아름답다!” 똑같이 흙먼지 뒤집어쓴 모습에서 너와 나를 뛰어넘어 ‘세계는 한 송이 꽃[世界一花]’이란 걸 느끼는 스님의 유쾌한 그림일기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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