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자 산케이 1면에는 이런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손타쿠는 ‘윗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알아서 처리한다’는 뜻으로 일본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우한 코로나(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는 내용이다.
2016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카메라 앞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손을 맞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동안 많은 일본 언론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비판했지만 산케이가 이런 칼럼을 실은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산케이는 대표적인 친(親)정권 매체로 그동안 아베 총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주로 실어왔다.
칼럼은 "일본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건 아베 정권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중국 입국자를 규제하지 않은 게 주요 원인 이라는 견해가 미국 측에서 나오고 있다"며 "방역보다 정치를 우선한 결과라는 신랄한 견해"라고 썼다.
이틀 후인 5일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중국인과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한다"는 단독 기사를 냈다. 산케이는 "중국과 한국에 있는 일본대사관에서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 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간에 '한국·중국인 2주 격리 방침'을 단독 보도한 요미우리신문도 친(親)아베 성향의 신문이다.
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보다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더 강화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달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만 입국을 거부한 후 국내 감염자 수가 늘어나자 저장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 내 입국거부 지역을 확대한 적은 없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지난달 26일 대구, 경북 청도에 간 적이 있는 외국인 입국을 거부한 데 이어 대상지역을 이날 경북 경산시, 안동시, 영천시, 칠곡군, 의성군, 성주군, 군위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산케이가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연기'를 밝혔다는 점에서 일본과 중국 양국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논의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물밑 협의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로 전날까지 양국 정부는 시 주석 방일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시 주석의 방일 연기는 한국 방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 주석은 상반기 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연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외교부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방일 추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승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