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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업빚이 사상 최대폭으로 늘어 최대 액수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총액도 상승 곡선이 가파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산업별 대출총액은 1208조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말 1121조원보다 86조원 늘었다. 연간 증가액과 증가폭(7.7%)은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가 발달할수록 대출잔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대출 증가폭은 명목GDP 증가율인 1.1% 대비 일곱 배에 달했다. 산업별 대출총액은 2008년 686조원에서 2010년 721조원, 2015년 943조원에 이어 2018년 1121조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산업별 대출 중에서는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종 빚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지난해 말 대출금 잔액은 227조원이다. 2018년 말보다 27조원 증가해 13.3%의 증가폭을 보였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산업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작년 경기 부진이 자영업자가 포진한 업종에서 직격탄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소비가 부진해 매출이 오르지 않는 가운데 대출액으로 버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1.9% 성장에 그쳤다. 2016년 2.6%, 2016년 2.8%, 2018년 2.8%에서 뚝 떨어지며 둔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업 대출 증가분에는 대형 소매점 대출이 상당히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만 살펴보면 제조업과 건설업 대출 증가가 뚜렷이 둔화됐다. 제조업은 대출잔액 증가폭이 3분기 1조9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와 석유·화학·의약품·플라스틱 업종에서 각각 2000억원, 5000억원씩 대출잔액이 줄었다.
홍 팀장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 4분기는 경기가 나빴던 만큼 기업이 새로운 투자처나 운용자금이 필요하지 않아 대출잔액이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도 대출 증감액이 3분기 1조3000억원 증가에서 1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기업빚에 더해 가계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성장률이 낮은 탓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최상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791조원으로 1년 전보다 4.5%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폭은 조사 대상 43개국 가운데 25위로 프랑스(6.1%) 벨기에(5.5%) 독일(4.6%) 중국(16%) 등보다 낮았다. 문제는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9%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올랐다. 홍콩(7.7%포인트) 중국(3.5%포인트) 노르웨이(2.9%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로 빠른 속도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완만했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해 명목GDP 상승률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명목GDP 성장률은 1.1%에 그쳤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0.9%를 기록한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LCD를 중심으로 단가 하락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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