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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먹으면 졸리고, 먹어도 당긴다 우리 몸 때린 '혈당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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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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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수미 씨가 최근 '고혈당 쇼크'로 우리 곁을 떠나 고혈당에 관한 관심이 높다.

고혈당은 혈액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말하며, 고혈당 쇼크는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어 의식을 잃거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뜻한다.

식사하면 혈당이 올라가지만 당대사(糖代謝)가 정상이면 식후 혈당 기준치는 1㎗당 140㎎(㎎/㎗) 미만이 된다. 또 식후 2시간이면 식사 전 수준까지 떨어진다.

이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호르몬에 의해 혈액 속에 늘어난 포도당이 근육이나 지방세포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 인슐린 작용이 부족해 식후 혈당이 너무 높아지거나 혈당이 떨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태가 '고혈당'이고, 필요한 양의 인슐린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고혈당이 지속되는 상태가 바로 '당뇨병'이다. 혈당치는 공복일 경우 정상 범위가 70~100㎎/㎗(일본은 70~109), 식후는 70~140㎎/㎗가 정상 범위이다. 공복 혈당이 126㎎/㎗ 이상, 식후 혈당이 200㎎/㎗ 이상이 되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크다.

당뇨병은 혈당이 반복적으로 급격히 상승하거나 떨어지게 되면 급성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합병증이 고혈당 쇼크다. 고혈당 쇼크로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혈액 삼투압도 높아져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가 발생한다. 삼투(渗透)는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농도가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고혈당 쇼크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삼투압 원리에 의해 이뇨 작용(소변 배출 증가·다뇨)이 일어나게 된다. 소변 배출로 몸 안에 물이 부족해지는데, 물을 마시지 않으면 포도당을 희석할 물이 없어 혈당이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의식이 혼미해지고 수분 섭취는 더욱 어려워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가 일어난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에 빠지면 사망률이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가 급성 고혈당 쇼크를 막으려면 당뇨약이나 인슐린주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

고혈당 쇼크와 함께 식후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오른 뒤 바로 내려가는 '혈당 스파이크'도 주의가 필요하다. 식후 고혈당이 위험한 것은 오래 방치하면 혈관이 손상되고 동맥경화가 진행돼 심혈관 질환과 돌연사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30분부터 2시간 사이에 혈당 수치가 15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공복혈당의 정상 수치가 10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식후에 공복의 혈당 차이가 50㎎/㎗ 이상이거나 식후 혈당이 150㎎/㎗ 이상이면 혈당 스파이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 증상은 △식후 급격한 피로감과 참을 수 없는 졸음 △식후 어지럼증과 불안감 △집중력과 판단력 흐림 △식후 공복감과 단 음식 욕구 등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타사토대 병원 야마다 사토루 당뇨병 센터장의 말을 인용해 "식후 고혈당은 식사 후 2시간이 지나도 혈당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도 잠시 후 정상치로 돌아오지만 인슐린 작용이 미흡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평소 건강검진 때 공복 혈액 검사로는 찾기 어려워 '숨은 당뇨병'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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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당뇨병 역시 올바른 식습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시간영양학의 대가인 시바타 시게노부 와세다대 명예교수('내 몸을 바꾸는 식사법' 감수, 레몬한스푼 출간)는 "당뇨병을 예방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는 것"이라며 "하루 세 끼 식사는 불필요한 공복 상태가 생기지 않아 하루 한 끼 또는 하루 두 끼 식사에 비해 혈당이 급상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영양학(chrononutrition)은 하루 24시간 생체리듬을 기준으로 식사 전략을 짜는 것을 말하며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을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먹는 시간은 인슐린 저항성, 장내 세균, 에너지 소비량, 호르몬 등 다양한 인체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간영양학에 따르면 아침부터 저녁에 걸쳐 12시간 동안 세 끼 식사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밤부터 아침까지 12시간 동안 단식하는 것이 몸에 좋다.

하루 한 끼 또는 두 끼만 먹으면 공복 상태가 길어져 고혈당이나 혈당 스파이크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하루 한 끼만 먹으면 약 24시간 공복 상태가 생기게 되는데, 몸은 굶주림의 위기를 느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취하면서도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한 끼만 먹으면 다이어트로 뱃살이 빠지긴커녕 오히려 찔 수 있다. 공복 중에는 혈당이 내려가지만 오랜 공복 이후 식사하면 혈당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다. 혈액 중 포도당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간에 전부 흡수되지 못하고 나머지는 체내에 지방으로 축적된다.

하루 두 끼, 즉 아침과 점심은 점심식사 후 다음 날 아침까지 공복 상태가 되고, 아침과 저녁은 아침식사 후 공복시간이 길어져 저녁식사 후 혈당이 급상승할 우려가 있다.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며 점심을 거르거나 가볍게 때우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점심을 건너뛰고 저녁을 먹게 되면 고혈당이 되기 쉽고 혈당수치 변동이 심해 혈관을 손상하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는 급격히 상승한 혈당을 내리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이 급강하하는 상태를 말한다.

시바타 교수는 "하루 생체시계를 작동시키고 저녁식사 후 긴 시간 공복 상태를 막기 위해 아침식사를 해야 하고 기상 후 1시간 이내, 늦어도 9시까지 식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한다. 아침을 먹으면 먹지 않을 때보다 체온이 상승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진다. 또한 아침식사를 하면 인슐린이 효과적으로 작용해 점심식사 때 혈당이 급상승하지 않게 해준다.

그렇다면 간식은 어떨까. 점심식사와 늦은 저녁시간 사이에 간식을 먹으면 저녁식사 후 혈당 상승이 억제됐다. 특히 저녁식사 후 고혈당이 되기 쉬운 사람일수록 효과가 컸다. 간식은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것을 섭취하는 게 좋다. 식이섬유는 고구마 말랭이, 건조과일, 현미쿠키, 곶감, 팝콘 등에 많다.

공복 상태가 길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연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 생리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의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를 살펴보면 공복시간이 12~14시간일 때 몸에 가장 좋았다. 오토파지는 신진대사를 담당하는 세포 내 분해시스템으로, 근육의 단백질과 지방조직을 분해해 세포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오토파지는 공복 상태에서 활발해진다. 공복을 14시간 유지한 경우 오토파지 효과가 있었지만 11시간 미만은 효과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2시간으로 늘렸더니 불과 1시간 차이지만 14시간 공복에 가까운 효과가 나타났다. 공복 효과를 보려면 12~14시간임을 알 수 있다. 공복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오토파지 기능이 과잉 상태가 되면 분해된 지방이 간에 축적되어 지방간이 되거나, 고령자는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 위험이 커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식사는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 20~50대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아침 식단을 △곡류·지방 △우유·유제품·달걀 △채소·과일·감자나 고구마 △어패류·고기·콩 제품 등 4가지 종류로 나눠 제공한 뒤 각 종류에 해당하는 음식을 먹은 경우 한 부류당 1점으로 계산해 4가지 전부 먹으면 4점, '곡물·지방'과 '채소·과일·감자나 고구마'만 먹으면 2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0점을 부여했다. 그 결과 골고루 모두 먹어 4점을 받은 사람이 불쾌한 증상이 가장 적었고 편식하는 사람일수록 불쾌한 증상이 쉽게 나타났다. 아침밥을 거른 0점 자는 몸이 무겁고 쉽게 잠이 깨지 않았고 속이 더부룩함을 느꼈다.

식사는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열량) 배분도 중요하다. 아침, 점심, 저녁의 섭취 열량을 각각 700:500:200㎉로 설정한 그룹과 200:500:700㎉로 설정한 그룹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아침에 섭취 열량이 높은 그룹에서 체중과 허리둘레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비만한 사람은 아침식사 비율이 낮고 저녁식사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 시간영양학적 관점에서 저녁식사 비율을 줄여서 세끼 비율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식사량이 10이라면 아침, 점심, 저녁 비율을 3:3.5:3.5로 하는 게 좋다고 시바타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저녁식사의 단백질 반찬 하나를 아침으로 돌리면 세 끼의 비율이 변하고 영양적으로 균형을 이루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식사는 영양 공급이 필요한 만큼 혈당을 올리기 쉬운 음식을, 저녁식사는 혈당이 쉽게 오르지 않는 식품을 먹는 게 좋다. 저녁의 고혈당은 비만과 대사증후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식사 후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GI(Glycemic Index·혈당지수)'가 활용된다. GI는 음식을 섭취한 후 2시간 동안 탄수화물(포도당)이 혈액에 흡수되는 속도를 말한다.

아침식사는 GI 수치가 높은 백미, 빵, 국수 등 정제된 식품을 비롯해 떡, 당근, 옥수수, 감자, 잼, 전병 등이 좋고 저녁식사는 GI 수치가 낮은 현미, 통밀·호밀빵, 메밀국수, 잎채소, 해조류, 요구르트, 우유 등이 권장된다. GI 수치가 중간인 식품은 파스타, 고구마, 바나나, 파인애플, 어류, 육류 등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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