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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마스크 공장사장 父, 아들에 꼼수 증여···기상천외 사재기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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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 용인시 소재 한 마스크 판매업체 창고에서 정부합동단속단이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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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스크 생산업체 A사는 지난 1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가격이 오르자 돌연 기존 거래처로의 납품을 끊었다. 대신 마스크를 공급한 곳은 A사 사장 아들이 급조한 회사다. 공장 출고 시점의 시장가격은 개당 750원이었지만, 아들 회사에는 그 절반도 안 되는 개당 300원에 팔았다. 판매량은 350만개에 달해 시장가 26억2500만원어치를 아들에겐 10억5000만원에 판매했다. 폭등한 마스크 가격을 이용해 부모 재산을 '꼼수 증여'한 셈이다. 아들은 이 마스크를 지역 맘카페 공동구매 등으로 소비자에는 개당 3500~4500원에 팔아 폭리도 취했다. 공석룡 국세청 조사2과장은 "이 회사는 전량 현금으로 팔아 탈세를 시도한 데다 근무한 적도 없는 친인척에게 회삿돈으로 인건비를 주는 등 또 다른 탈세 혐의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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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A사 사장이 아들이 급조한 회사에 시장가격보다 싸게 마스크를 넘기는 형식으로 부모 재산을 편법으로 증여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3일 밝혔다.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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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수상한 거래, 역시나 탈세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인 중고나라에서 마스크 폭리를 취한 일당도 있었다. 의약외품 전문 유통업체 B사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는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소량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감염병이 퍼진 뒤로는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생산업체로부터 개당 800원씩 20만개 마스크를 사들인 뒤 B사 사장은 가족과 함께 중고나라에서 개당 3500~5000원씩 현금거래로 팔며 폭리를 얻었다. 국세청은 B사에서도 회사 자금을 횡령해 친인척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빼돌린 혐의를 발견해 조사 중이다.



국세청, 마스크 탈세 혐의자 52곳 세무조사



국세청은 3일 마스크 사재기 등으로 탈세 혐의가 있는 유통업체 52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5일부터 조사 요원 550명을 파견해 전국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275곳을 점검한 결과 이들 혐의자가 속속 드러난 것이다.

탈세 유형은 주로 3가지였다. 중국 보따리상 등과 거래해 고가에 마스크를 수출한 브로커 조직 3곳과 평소 마스크를 취급하지 않다가 코로나19 창궐 이후 마스크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도매업자 34곳, 마스크를 사재기한 뒤 현금거래 조건으로 온라인에서 고가에 판매한 전형적인 사재기 업자 15곳 등이다.



사재기엔 SNS 인플루언서도 가담



적발 사업자 중에선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온라인 영향력을 이용해 마스크를 시중 가격보다 싸게 '한정 판매'한다고 미끼를 던진 뒤, 이내 품절 공지를 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띄웠다.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을 활용해 고가에 마스크를 파는 '온라인 마스크 잡상인'도 있었다. 윤승출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이들 온라인 사재기 업자는 상품이 다 팔렸다고 알린 뒤, 개별 문의를 남긴 소비자에게 현금거래로 고가에 마스크를 파는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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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3일 사재기한 마스크를 자신의 온라인 영향력을 이용해 고가에 팔아 치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도 탈세 혐의자로 지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걸리면 과거 5년 치 탈세 혐의 뒤진다"



국세청은 조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다양한 탈루 혐의를 포착하면서 조사 인력과 범위를 확대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 요원 258명을 더 투입해 마스크 유통업체 129곳을 추가 점검하기로 했다. 점검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추가 점검 과정에서 이날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유통업체 52곳보다 더 많은 탈세 혐의자를 적발할 수도 있다"며 "필요한 경우 과거 5개 사업연도 전체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고 자료 은닉과 이중장부 작성 등 죄질이 나쁜 혐의자는 검찰 고발 등으로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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