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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 식당에서 확진자"…가짜뉴스에 떠는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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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6일 경기 고양시 행신동에 위치한 한 식당. 20대 청년의 악의적인 가짜뉴스 유포로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페이스북 '행신동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해당 가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허위 정보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당시 행신동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재난 문자가 발송됨에 따라 이 같은 가짜뉴스는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피해 식당 주인 딸인 오 모씨는 "원래 우리 가게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소독을 하는데 평소 일면식이 있던 청년 A씨가 악의적으로 낄낄대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씨에 따르면 A씨는 페이스북에 허위 정보를 제보하면서 "식당 사장님이 제보해주기를 바랐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이 말 한마디에 게시를 망설이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자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오씨 항의로 3시간 만에 내려졌지만 후폭풍은 컸다. 오씨는 "문의·항의 전화로 마비 상태를 겪었다. 캐나다에 있는 지인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였다"며 "심지어는 퇴근길에 지나가던 차량도 멈춰서 손가락질을 했다"고 전했다. 오씨는 A씨를 경기 고양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가짜뉴스에 자영업자들 피해가 심각하다.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은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지만 한 번 퍼진 가짜뉴스를 수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심지어 행정당국의 부정확한 정보 전달로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까지 발생했다.

허위 정보를 생산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다. 방역복을 입고 있으니까 착각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7일 자택에서 폭행 소동을 벌인 것으로도 전해져 오씨와 가족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고양서 관계자는 "현재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게 맞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유포 범죄에 대해 엄중 처벌 공문이 하달된 만큼 철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B병원도 '신천지 교인'이라고 밝히고 2주간 문을 닫은 경북 칠곡 한 병원과 상호명이 같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았다. 가짜뉴스가 실린 지라시까지 유포되자 결국 해당 병원은 유포자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병원장은 "신천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당국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준 사례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 운영자 C씨는 서울시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소할까 고민했다. C씨는 "서울시가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신천지 시설 현황에 우리 카페를 특정할 수 있을 만큼 부정확한 정보를 실어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손님이 줄어드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경찰 확인 결과 C씨 카페가 위치한 건물 지하에 신천지 시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린 현황 표를 보면 층수까지 표기한 다른 시설과는 달리 C씨 카페가 위치한 건물은 번지만 나와 있을 뿐 층수는 명시돼 있지 않다. 1층에 위치한 C씨 카페를 신천지 시설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C씨는 "서울시에 수차례 정보 수정을 요청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내외동에서는 행정복지센터가 이미 4년 전 신천지 모임방이 없어졌음에도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잘못된 문자 알림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배포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건물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경찰 고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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