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건전성 규제 걸림돌…충당금·BIS 하락 위험 ‘부담’
“금융사 돈은 고객 돈…투자 실패 시 실질적 면책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비즈=안재성 기자]금융위원회가 혁신기업 자금 공급에 대해 금융사 임직원의 면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그간 강화된 금융사 건전성 규제와 상충하기 때문에 단순히 임직원 면책만으로는 대출 등의 확대를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대출 부실화나 투자 실패는 금융사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실행된 ‘2020년 4개 부처 합동 정부업무보고’에서 금융사 임직원이 합리적으로 기업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한 경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면책 대상을 혁신금융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고 면책추정제도를 도입, 금융사 임직원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또 금융사 임직원이 직접 면책심의를 신청하는 것도 허용한다.
이는 금융사 임직원이 대출 부실화나 투자 실패 등의 책임에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혁신기업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바젤Ⅲ 도입,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부쩍 강화된 금융사 건전성 규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혁신기업이라고는 하나 결국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라며 “이들에 대한 대출은 리스크가 높게 책정돼 대손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련 규제가 더 강화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더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BIS비율 규제도 은행을 옥죈다. 대출이 늘어날수록 BIS비율은 하락하는데 중소기업대출은 하락폭이 더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의 BIS비율이 10% 이상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 규제에 맞추려면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보다 투자가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기업, 즉 중소기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BIS비율 계산에는 4억원이 반영된다”며 “은행이나 대형 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혁신기업 투자를 늘리기는 힘든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면책이 어렵다는 점 역시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돈은 곧 고객 돈”이라며 “대출 부실화나 투자 실패로 그 돈을 날렸는데 실질적인 면책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인 책임 추궁은 없더라도 결국 인사고과나 성과급 등에 다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 하루만 주가가 떨어지거나 펀드에 손실이 나도 고객 항의로 전화통에 불이 난다”며 “혁신기업 투자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건 말장난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정말로 혁신기업 자금 공급을 증가시키고자 한다면 임직원 면책 확대보다 먼저 건전성 규제 등 여러 규제부터 대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혁신기업 대출 관련 보증 지원 및 보증요율 할인, 혁신기업 투자 펀드에 세액공제 확대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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