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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미세먼지 줄이는 보일러, 30만대 보급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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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예산 부족·신청법 어려워 작년 실제 보급 5만7000대 그쳐

미세먼지 나쁜 경기·충청 제치고 서울에만 사업 60% 몰리기도

조선일보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박모(여·32)씨는 지난해 12월 일반 보일러보다 20만원가량 비싼 가정용 저녹스(低 NOx·질소산화물 배출이 적다는 뜻) 보일러를 구매했다. 정부 보조금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는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그는 "보일러 교체 후 시청에 물어보니 작년 10월 재원이 소진됐다고 하더라"고 했다.

정부가 미세 먼지 감축을 위해 지난해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3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보급 대수가 목표의 2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에서 관련 예산편성이 적었던 데다, 신청 방식이 어려웠다는 점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저녹스 보일러' 계획량 19% 보급 그쳐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가 보급한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는 총 5만7000대다. 환경부의 보급 목표인 30만대의 19%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미세 먼지 해결을 위해 저녹스 보일러 사업에 336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배정했다. 본예산(24억)의 10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예산액이 급증하면서 당초 3만대 보급 목표를 30만대 보급으로 늘렸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큰 계획을 내니 지자체가 따라가지 못했다. 저녹스 보일러 1대당 설치 보조금 20만원 중 12만원은 국가 예산으로, 8만원은 지방 예산으로 나간다. 따라서 정부 예산이 증액된 만큼 지자체 예산이 늘어나야 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자체가 속출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도 나름대로 예산편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갑자기 정부가 계획을 내놓으면서 부담이 됐다"고 했다.

◇경기·충청 제치고, 서울에 집중 보급

대부분 보조금이 서울로 쏠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작년에 보급된 5만7000대 중 서울의 보급 대수가 3만4286대로 60%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전국에서 초미세 먼지(PM2.5) 연평균 농도가 33㎍/㎥으로 가장 높았던 경기도(여주 기준)는 1만1550대에 그쳤다. 수도권과 초미세 먼지 연평균 농도가 비슷한 충북·충남은 고작 1500대 수준에 머물렀다.

난방은 전국 미세 먼지 배출원 중 비율이 12%로 경유차(22%), 비도로이동오염원(20%) 등에 이어 셋째로 높다. 대형 사업장이나 발전소가 적은 서울은 난방이 전체 미세 먼지 배출량의 39%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기는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같이 보일러를 전환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올해 저녹스 보일러 보급 목표치는 35만대다. 일각에선 겨울이 지나면 보일러에 대한 관심이 급락해 보급률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충분한 홍보와 예산편성을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보일러 교체 때 대리점에서 보조금 신청을 일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도 높아졌다"고 했다.

☞저녹스보일러

보일러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모아서 다시 난방·온수 가열에 활용하는 콘덴싱 방식을 사용해 일반 보일러에 비해 미세 먼지를 유발하는 오염물질(NOx·질소산화물)이 적게 나오는 보일러.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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