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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실적 꺾였지만 배당은 안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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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84% 급감한 삼성전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한 주당 354원씩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연중 지급된 중간 배당금까지 더하면 삼성전자 보통주의 연간 배당금은 1416원으로, 전년도 배당금과 같은 수준이다. 벌어들인 돈이 크게 감소했지만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은 유지한 것이다.

네이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가까이 줄었지만, 주당 배당금을 376원으로 결정해 전년도(314원)보다 되레 늘렸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에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자사주 55만주(약 982억원어치)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장사들이 속속 결산 배당 규모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상장사 중 상당수가 작년 기업 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의 주주 환원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총 상위 30개사 중 배당금 감소는 5곳뿐

17일 에프앤가이드가 코스피의 시가총액 상위 30사의 배당 현황을 집계한 결과, 아직 배당을 공시하지 않은 두 곳을 제외한 28사 중 23곳은 연간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이 전년도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이 줄어든 곳은 5곳뿐이었다. 배당이 공시되지 않은 카카오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배당금이 전년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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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사 중 절반 이상인 18사는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악화됐는데, 배당금을 줄인 곳은 5곳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와 LG생활건강, 신한지주, KB금융, 기아차, 삼성에스디에스, LG, KT&G, 삼성전기, 하나금융지주 등 10곳은 주당 배당금이 전년도보다 늘어났다. 특히 네이버와 삼성전기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늘렸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2% 줄었지만, 배당금은 2018년 주당 1000원에서 지난해 1100원으로 증가했다. 배당 성향도 2018년 11.53%에서 작년 16.19%로 상승했다. 배당 성향은 기업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데, 기업이 주주에게 얼마나 이익을 돌려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네이버 역시 배당 성향이 7.07%에서 9.38%로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SK텔레콤, LG전자, SK 등 전년도와 배당금을 동일하게 결정한 기업들의 경우 작년 순익이 줄어든 탓에 배당 성향이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배당 성향은 21.92%에서 44.73%로 껑충 뛰었고, SK텔레콤도 22.94%에서 82.04%로 급등했다.

"기업들 주주 친화 행보"

배당금이 전년보다 줄어든 SK하이닉스, LG 화학, 엔씨소프트도 배당 성향은 1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배당금을 주당 1000원으로 결정해 전년도 1500원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배당 성향은 6.6%에서 33.97%로 크게 올라갔다. 배당금이 줄어든 것보다 순익이 더 큰 비율(87%)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LG화학도 배당금이 2018년 주당 6000원에서 지난해 2000원으로 줄어들었으나, 배당 성향은 31.24%에서 49.02%로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정이 어려워져도 배당을 줄이지 않는 것은 최근 주주권 행사가 확대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며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배당 정책에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전 포고'를 한 상태다.

그 밖에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국내외 행동주의 기관·펀드가 증가하는 것도 기업에 부담 요소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민연금 등의 주주 환원 압박이 더 거세지면서 기업들의 주주 환원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당 정책은 단순히 배당 수준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업 개별 특성을 고려해 수립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정 기자(m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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