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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고양저유소 화재’ 1심 재판 중인 디무두 “일할 수도, 떠날 수도 없어…저는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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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에 취업 체류자격 만료, 스리랑카 출국도 금지 상태

변호인단 “노동 허가 요청”

법무부 “검토 후 결정 사안”

경향신문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 디무두 누완(29·사진)은 지난해 6월 실화 혐의로 기소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8년 10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렸다가 고양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디무두의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은 오는 3월11일 만료된다. 디무두의 체류자격이 끝난 이후에도 1심 재판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3월12일부터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노동할 수 없게 된다. 출국도 금지됐다. 한국에서 일할 수도, 스리랑카로 돌아갈 수도 없다. 법원 선고까지 한국에 발이 묶인 디무두는 당장 다음달부터 생계가 걱정이다.

변호인단은 13일 법무부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내용증명을 보내 디무두가 체류자격이 만료된 이후에도 계속 노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 신청에 대해 신속한 검토를 요청한다”며 “국내 체류기간 동안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부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서 이주노동자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무겁게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디무두는 ‘소송진행(G-1-3)’으로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되지 않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법무부는 디무두가 ‘소송진행’ 자격으로도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지난달 변호인단의 국민신문고 질의에 대해 법무부는 “디무두는 비전문취업 체류자격의 최대 체류기한인 4년10개월에 도달해 연장이 불가능하다”며 “소송을 위한 체류자격으로는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가 제한되지만 국내 체류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활동허가 필요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고양저유소 화재사고로 저유탱크 4기와 대량의 휘발유가 폭발해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변호인단은 디무두가 풍등을 날린 행위가 저유소 화재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고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디무두는 1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생활비가 없는데 계속 재판에 오라고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가 스리랑카로 보내달라고 해도 못 가는 걸 알아요. 보통 문제가 아니고 큰 문제잖아요. 저는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디무두는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돈을 스리랑카의 가족에게 보내왔다.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몸이 마비된 상태고 어머니도 심장 기능이 좋지 않다. 원래 디무두는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통해 한국에 돌아올 꿈을 꿨다. 동생들과 함께 돈을 벌어 부모의 병을 치료하고 스리랑카에 집을 사겠다는 꿈은 풍등 때문에 잿더미가 됐다. 디무두는 어머니와 통화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언제 오냐, 빨리 오라’고 울어요. 심장에 충격을 받을까봐 ‘일이 아직 안 끝났다’고만 둘러대는데 더는 거짓말하기도 힘들어요. 한국에 온 뒤로 가족을 못 봤는데 너무 보고 싶어요.”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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