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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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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 절찬리 상영중…뉴트로 입은 TV 광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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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칠성사이다 광고 그대로

CM송 불렀던 이선희가 내레이션

15년 전 왕뚜껑 품고 앉은 황보라는

이제서야 뚜껑 열어보는 설정으로

유튜브 ‘화제의 탑골 영상’ 접목

신세대엔 신선함, 구세대엔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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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이 맛 칠성 사이다, 건강한 이 맛 칠성 사이다, 언제나 칠성 사이다♬”

티브이를 보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을지 모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화면이 요즘 광고가 맞나. 혹시 유튜브 속 ‘탑골 영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2020년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오는 광고가 맞다. 요즘 문화 전반에 부는 ‘탑골’ 열풍이 광고업계로도 이어진 것이다. 트렌드를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광고계에서 옛 콘텐츠를 활용하는 ‘뉴트로’가 인기인 것이 흥미롭다.

칠성사이다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진행된 총 12편의 광고를 활용해 옛날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1987년 칠성사이다 모델이자 광고음악(시엠송)을 불렀던 이선희가 내레이션을 다시 했고, 노래도 다시 불렀다. ‘칠성사이다 출시 70돌’을 맞은 특별판이지만, 최근의 뉴트로 흐름과 맞물려 더 눈길을 끈다.

황보라는 15년째 왕뚜껑을 품고 있었다. 팔도는 2005년 화제를 모은 왕뚜껑 광고에 2020년 버전을 덧붙여 1월부터 선보였다. 당시 이 광고는 황보라가 길에 놓인 왕뚜껑을 발견하고 모른 척 품고 앉는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 선보인 광고는 ‘알고 보니 황보라가 지금까지 그때 그 자리에서 왕뚜껑을 품고 있었더라’는 설정을 덧댔다. 추운 겨울, 어느새 머리까지 길어진 황보라가 삐그덕 관절 소리를 내며 일어서서 말한다. “드디어 뚜껑이 열린다.” 왕뚜껑을 만드는 팔도 쪽은 “뉴트로라는 트렌드에 맞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잘 녹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옛 금성사 시절 백조 세탁기 모델이었던 최불암을 트롬 세탁기 모델로 다시 기용해 과거 영상과 접목한 엘지전자 등 옛 영상을 활용한 광고가 잇달아 쏟아져 복고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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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인기 광고를 2020년 버전으로 새롭게 만드는 시도도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잦아졌다. 오비맥주는 ‘랄랄라’ 라거춤을 유행시킨 1996년 광고를 2020년 버전으로 만들었다. 당시 모델이었던 가수 지오디의 박준형을 그대로 기용하고, ‘탑골 영상’으로 2020년 스타로 떠오른 김응수를 함께 내세웠다. 롯데리아는 창립 40돌을 맞아 라이스 버거를 재출시하면서 “오랜만이야, 라이스 버거”라는 카피와 함께 1999년 당시 모델이었던 남희석을 재등장시켰다.

뉴트로 열풍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탑골 영상’을 광고에 접목하기도 한다. 정관장은 유튜브에서 한참 유행한, 기성세대의 젊은 시절인 이른바 엑스세대의 뉴스 인터뷰를 활용했다.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박미경이 선배 가수의 무대를 본 뒤 영혼 없는 말투로, “무대를 뒤집어놓으셨다”고 해 화제를 모은 영상을 활용한 알바몬 광고도 등장했다.

단순히 구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광고업계에서는 ‘뉴트로’가 신구 세대 모두에게 짧은 시간 안에 스며든다는 점에서 요긴하다고 말한다. 뉴트로 영상 하나만으로 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신’세대들에게는 신선함과 호기심을, ‘구’세대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쪽은 “접하는 순간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뉴트로의 힘은, 15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메시지 전달과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야 하는 광고에 요긴하다”고 말했다. 10대들이 유튜브로 20년 전 드라마를 보며 신선하다고 환호하는 분위기가 광고계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반응도 좋다. 국내외 티브이 광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티브이시에프 누리집을 보면, 칠성사이다 광고는 최근 3개월 이내 방송된 광고 중 ‘베스트 광고’ 1위와 1월 기준 직장인·커리어우먼·주부가 뽑은 베스트 광고 1위에 올랐다. 뉴트로 광고에 대한 이런 반응은 수익으로도 연결된다. 팔도 쪽은 “새로운 왕뚜껑 광고를 시작한 1~2월 기준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매출이 11% 신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트로가 유행할수록 창작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옛날 콘텐츠와 연결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옛것이 화제를 모은다는 건 상대적으로 요즘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옛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콘텐츠가 많았다는 뜻도 된다. 뉴트로 열풍을 통해 단순 유행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품질로 승부했던 그 시절의 고민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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