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의무휴업일, 명절인 설 당일로’
유통업계 이익단체 체인스토어협회 요구에
이마트·롯데마트 점포 1/3이 쉬는 날 ‘변경’
“직원 대부분 출근 안하는 날 쉬자며 ‘생색’”
대형마트 노동자들 ‘꼼수 조치’라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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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박아무개(54)씨는 마트 노동자 생활 10년 만에 찾아온 ‘황금찬스’를 꿈꾸며 이번 설 연휴를 손꼽아 기다렸다. 손님이 적어 최소인원만 근무하는 설 당일(25일) 바로 다음날이 구청이 지정한 의무휴업일(26일)이었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에도 ‘풀가동’되는 대형마트에서 오랜 만에 이틀 연속 쉴 수 있는 기회였다. 박씨는 “명절 당일은 평소 인력의 70~80%가 쉬기 때문에 의무휴업일까지 붙이면 직원 대부분이 이틀 연속 쉴 수 있는 셈”이라며 “남들이 쉴 때 더 바쁜 마트 노동자 입장에선 명절에 연달아 쉬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동료들이 이번 설 명절 스케줄을 너무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와 동료들의 기대는 지난달 10일 대형 유통업체의 이익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이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설 당일인 25일로 한시적으로 변경해 줄 것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협회의 요구대로 의무휴업일이 넷째주 일요일(26일) 대신 설 당일(25일)로 변경되면, 해당 점포에서 일하는 마트노동자들은 25일 하루만 쉴 수 있다. 협회는 지난 10일 낸 입장자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지만, 대다수가 명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휴일을 정하고 있다”고 의무휴업일 변경을 요청한 이유를 밝혔다.
협회의 요구는 적지 않은 곳에서 수용됐다. 22일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를 포함해 전체 이마트 매장 158곳 가운데 50곳이 1월 의무휴업일을 설 당일로 옮기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전체 124개 점포 중 40여개점, 홈플러스는 140개점 중 30개점이 이달 휴업일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그동안 설 당일에도 영업을 해온 대형마트들이 이틀 연속 휴업으로 발생할 매출 손실을 우려해 의무휴업일 변경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정민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명절 당일은 거의 매출이 안 나오니까, 그나마 매출이 좀 더 높을 것 같은 일요일(원래 의무휴업일)에 영업을 하자는 것 아니냐”며 “직원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는 날로 의무휴업일을 바꿔놓고, 노동자들에겐 ‘그동안 직원들이 명절 당일에 쉬자고 하지 않았나’라며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트 노동자 박씨 역시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는 ‘꼼수’로 연달아 쉴 기회를 막으려고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기초자치단체가 매달 이틀씩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했다. 서울과 인천, 대구, 부산 등 대부분 지역에선 둘째와 넷째 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이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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