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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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며 국정을 운영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들어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개혁)’의 성과를 내라고 재촉했다고 한다. 당황스럽다. 여야가 연금특위와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어렵게 마련한 개혁안을 폐기한 사람이 누군가? 단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던 세대별 차등 보험료와 자동안정화장치를 들고나와 개혁을 미궁에 빠뜨린 사람은 누군가? 노동개혁을 한다며 반노동적 인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한 사람이 누군가? 대책 없는 의-정 갈등으로 생명이 위급한 시민이 응급실을 전전해야 하는 참극을 만든 사람이 누군가?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이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이해 당사자와 야당은 물론 국민을 설득하고 합의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4대 개혁이다. 격노한다고 다그친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런 과제였다면 이전 정부가 진작에 성과를 냈을 것이다. 대통령은 ‘4대 개혁’이란 것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초보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 이러니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윤석열 정부가 아무 생각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 요직에 앉아 국정을 움직이는 핵심 집단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국정운영에 대한 분명한 생각이 있고, 자신들의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정치 경험과 국정에 대한 식견이 전무한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면서까지 집권하려고 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그건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니다. 우리가 대통령과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분리해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아주 일부만 이야기해보자. 먼저 ‘약자복지’다. 어떤 사람은 약자복지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라고 한다. 하지만 약자복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국은 대기업이 자동화 설비로 고품질 제조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이 제조업 제품이라는 것이 고품질이라고 해도 가격에 민감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제조업 제품은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제 고급 자동차도 있지만, 중국제 저렴한 자동차도 있다. 그래서 제조업 제품을 수출해 먹고사는 기업과 나라는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임금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복지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높은 임금과 복지 지출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켜 제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2010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복지는 모두를 위한 보편적 복지여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를 깨고, 복지를 약자복지로 재편하려는 이유이다.
감세도 마찬가지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 내용”을 보면, 국내총생산 대비 조세부담률은 2023년 23.2%에서 2024년 19.1%로 급감해 2028년까지 19%대를 유지한다. 감세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정의 규모를 축소해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장치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정책 기조에 반대할 수 있는 집단의 힘을 약화하는 정책도 잊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조합 부패를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라고 적시하면서 노조에 대한 대대적 사정에 나섰다. 또한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보조금의 부정한 사용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시민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조치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생각이 있다. 그것도 아주 분명한. 윤석열 정부는 이 나라를 부자, 특권층, 대기업 집단이 살 만한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깨고, 전례 없는 대규모 감세를 단행하며, 저항할 수 있는 집단은 공권력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은 민주개혁세력이 윤석열 정부의 기득권 정치를 대신할 분명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라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대기업 집단이 주도하는 수출 중심의 경제를 자영업, 중소기업, 대기업이 공존하는 경제로 전환할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평범한 시민이 민주개혁세력의 손을 잡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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